한국일보

칼럼/ 백 투 스쿨

2007-08-2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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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논설위원)

미국의 교육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공부보다 노는 것이 더 많다. 사회생활이란 남들과 어울려 활동도 하고 남들과 섞여서 조직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논다는 것은 긴장하지 않아도 되는 여유다. 그래서 여유를 가지고 남들과 어울리는 연습을 시키기 위해 미국에서는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노는 과목을 필수과목으로 정했는지도 모른다. 제복도 자기가 입고 싶은 대로 입고 타인들과 자유자재로 어울리는 연습이다.

처음부터 이런 것이 필요한 교육인데 우리에게는 사실상 이렇게 남들과 어울리면서 공부를 한 기억이 별로 없다. 우리에게는 초등학교 때부터 점수위주요, 경쟁심을 유발하는 경쟁위주의 교육이었다. 그래서 우리의 부모들은 어려서부터 “남들과 어울려서 잘 놀아라” 보다는 무조건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 “공부 열심히 해라”가 더 많았다. 이것은 결국 미국에 이민 와서 까지 불협화음을 낳아 몇 사람만 모여도 우리는 다툼과 반목, 그리고 분열, 지나친 경쟁으로 인해 꼭 시끄러운 문제가 파생된다. 남들과 어울려서 노는 공부를 어려서부터 해보지 못하고 정직한 시민정신이나 사회성을 올바로 배우지 못한 결과이다.


이제 긴 여름방학이 끝나고 학생들은 학교로 돌아간다. 학생들은 방학동안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가졌고, 자율학습과 자기개발의 기간으로 삼아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많은 것을 배웠다. 그러나 정규교육 과정은 역시 학교교육을 통해서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다. ‘학교’나 ‘학위’가 인생의 전부냐고 반문한다면 “물론”이라고 딱 부러지게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현대 생활에서 그 비중은 부인하기 어렵다.

본국에서는 요즘 유명 인사들의 가짜 학위 소동으로 시끄럽다. 가짜학위로 출세했거나, 출세한 다음에도 계속 가짜 학위를 이용하다 들통이 난 것이다. 이런 사회상을 보면서 학교교육의 의미를 한번 생각해 보자. 오늘날처럼 공교육(公敎育)이 제도화되기 이전에 교육은 귀족이나 양반, 혹은 지도자 등 선택된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전유되던 것이다, 통치와 행정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 교육받은 관리들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업사회가 되고 각 분야마다 세분화되면서 각 분야에 전문가가 필요하게 되어 전문학부가 증설되었다.

개인이 사회의 일원으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선택하고, 자신이 선택한 직업을 원활히 수행하자면 충분한 교육이 필요하다. 오늘날 그 준비가 대부분 학교교육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오늘날과 같은 공공교육의 시작은 18세기 영국에서 시작되었다. ‘올리버 트위스트’처럼 거리에 방치된 빈민청소년들은 불량한 환경 속에서 사회범죄의 온상이 될 수 있다. 그러한 청소년들을 일정한 장소에 모아서 가르치는 것을 제도화하고 ‘의무와 권리’로 규정한 것이 오늘날의 공립학교 ‘퍼블릭 스쿨(public school)’이다. 그러므로 ‘학교 교육’의 의미는 타인과 어울림으로써 화합하고 단합하는 개인의 인성교육과 더불어 건강한 사회성, 또한 청소년의 보호와 교화를 위한 사회적 목적도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을 교육기관에서 보호해주는 동안 부모들은 안심하고 사회 활동을 할 수 있게 하는 이중목적이 있다.

오늘날 획일적인 공교육에 대한 문제점이 많이 지적되고 있다. ‘영재’나 ‘수재’들을 보편화시키는 역기능 때문에 학교 평준화제도에 문제점이 계속 지적되고 있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영재학교’ ‘특수학교’ ‘가정 학교(Home Schooling)’가 본국에도 도입된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일반적인 학교 커리큘럼에 불만족하고, 교사의 자질이나 실력을 믿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 것은 그야말로 특수한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일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보편적인 교육과정, 즉 6-3-3-4로 이어지는 16년의 학교생활과 학위가 중요하다. 그리고 전문지식이 더 필요한 경우, 석사나 박사과정을 공부하게 된다.

학교교육 과정을 통해 얻어지는 것은 전문지식뿐만 아니라 학교생활에서 만나는 친구들이나 교사를 통해 인간성과 사회성을 갖춘 시민정신을 배우는 것이다. 백 투 스쿨(back to school)을 준비하면서 학생들에게 학교생활의 중요성을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 일고 있는 유명 인사들의 가짜 학위소동은 학생들에게 ‘반면교사’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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