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깨끗한 승리

2007-08-28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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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대표 당락이 결정된 날 박근혜 후보가 깔끔한 자태로 정중하게 고개 숙인 채 백의종군한 모습에 온 국민의 성원이 이어졌다.
크고 작은 선거 뒤엔 언제나 진흙탕 속에 상대방을 쑤셔 넣은 흑색선전에 끝나고 나면 개운치 않은 느낌이 습관처럼 반복됐음을 기억한다.
그래서 섣불리 당장 수긍하는데 깨나 오랜 시간을 끌던 모습에 익숙하던 국민들이라 아주 깨끗이 결과에 승복한 그녀의 결단에 박수가 쏟아졌다.
지루한 더위를 가시게 하는 소낙비처럼 그녀의 시원스런 정치 스타일에 탄성이 나온 것은 그간 서로 대표자가 되겠다고 한 치의 양보 없는 팽팽한 접전을 벌였기 때문이다.
어떤 분야는 차선이 있을 수 있지만 정치야 말로 승자와 패자의 길이 뚜렷하고 자신을 밀어 준 지지자를 봐서라도 꼭 이겨야 하는 승부의 세계이다.
정치는 마약과도 같아 한 번 발들이면 패자가 되더라도 거기서 벗어나지 못해 거듭되는 낙선에 패가망신한 주변의 지인들도 많이 봐왔다.
몇 년 만에 치르는 선거에 이기려면 또 다른 세월들을 준비하면서 극기하는 훈련 속에 차기 대권을 노리지만 운까지 좋아야 하기에 더 큰 어려움이 따른다.
평소에 남들에게 덕목을 쌓은 훌륭한 인격의 소유자라면 더 바랄 게 없겠지만 때론 쇼맨십에 강한 사람들의 인기몰이에 의해 검증되지 않은 인물을 뽑아놓고 후회하는 경우도 많다.
어릴 때 남자 아이들의 장래 소망 중 가장 으뜸이 늘 지도자 아니면 대장 등 우두머리만 강요당하는 사회 풍토 탓에 남을 포용하기보다는 우선 내 자신이 특출 나게 앞서야 한다는 관례에 젖어 힘겨운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온 정열을 기울인다.
나보다 잘난 사람을 보필하기보다는 내가 장이 되어야 하기에 그리고 나를 지지한 그들의 열성에 보답하기 위해 상대방에 대한 온갖 비방이 끊이지 않는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도 없으련만 단지 내 경쟁자라는 이유로 상대편들을 트집 잡아 나락에 떨어뜨린다.
그 루머에 따르면 전부 형편없이 자격요건이 되지 않는 사람들이 정치판에 뛰어든 것처럼 보인다.
나라살림이 중요한 것은 알지만 개개인에게 주어진 역할이 다르듯 모두 정치를 할 수 없으니 국민들의 민심을 받아 대신 잘 꾸려달라고 열렬히 보내는 성원을 외면하지 않기를 번번이 바란다.
수개월 전 박근혜 후보의 LA 후원회에 다녀오면서 인근 교통이 마비될 만큼 대단한 교포성원을 받은 그녀에게서 깨끗한 이미지를 받으며 우리나라에서 여성 지도자가 나오려면 얼마나 더 많은 시간들을 필요로 할까 하는 아쉬움이 든 적이 있었다.
늘 남아선호 사상에 젖은 문화 속에 쓸데없는 편견을 받고 자란 우리 세대는 여성이 출중해도 여러 제약에 묶여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하물며 남다른 사명을 갖고 정치판에 뛰어든 그들을 누르고 단지 부모의 영향력을 이어 받은 깨끗하고 단아한 이미지만으로 당의 대표가 될 수 있을까 했지만 그 정도의 표를 얻은 것만으로도 대단한 수확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결과에 승복하고 분당이 되기를 원치 않고 단합하기로 한 그녀의 결단에 그간 갈라진 의견들을 모두 수렴해 국민들이 원하는 경제 강국으로 발돋움하기를 기대한다.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고 남을 밀어줄 수 있는 진정한 용기야 말로 당당한 승리가 아닐까?
누가 이기고 지고가 아닌 깨끗한 민심을 따르는 자가 오늘의 승리자임을 다른 후보도 알았으면 한다.
차기 대권은 언제든지 열려 있으니까 말이다.
(562)304-3993
카니 정
콜드웰뱅커 베스트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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