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추억담긴 소품하나 분위기 확~바꿨네

2007-08-28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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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엔 블랙 & 화이트 문양
밋밋한 욕실 불가사리 장식

미라클마일 K씨집
인테리어 엿보기

실내 인테리어가 머 별건가. 거실은 무슨 스타일에 주방은 어떻게 꾸미고 또 침실은 이런 가구를 들여 놓아야 제격이라고 인테리어 데코레이션을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진 말자. 학군 좋은 곳에 위치한 수영장 딸린 근사한 집이 마련된 후쯤에야 ‘한번 생각해볼 일’이라고 여기기 시작하면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처럼 평소엔 아니 어쩌면 평생 엄두도 못 낼 일이 바로 실내 인테리어 작업이니까.
조금은 시끄럽고 복잡한 한인 타운 아파트에 살든, 주변 환경 쾌적한 외곽지역의 근사한 주택에 살든, 안주인이 조금만 부지런을 떨면 가족들과 함께 생활하는 실내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는 사실을 아는지. 집주인의 취향을 담은 가구 하나, 가족들과의 추억이 담긴 소품 한개 벽에 걸어두는 것만으로도 평범한 공간이 얼마든지 근사하고 포근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라클마일에 위치한 듀플렉스(Duplex)인 한인 K씨 집은 고정관념을 떨쳐버리기에 충분한 ‘신선한’ 공간이다.
1900년대 초반쯤 건축되었다는 이 건물은 총 4유닛의 듀플렉스가 들어서 있으며 전형적인 스패니시 스타일로 지어졌다. 우선 외관에서 보이는 건물 입구부터 집안으로 통하는 빨간 계단과 실내로 통하는 문으로 연결되는 듀플렉스 입구의 둥근 아치가 무척 인상적으로 이국적인 느낌을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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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듀플렉스에서 생활한지 1년 여 정도 되었다는 K씨는 결혼과 함께 신혼집으로 직장과도 가깝고 한인 타운과도 가까운 곳을 찾던 중 이곳이 그의 레이더에 잡혔다고 했다.
“평소 알고 지내던 친구가 이 건물 주인이었는데 마침 외국으로 나가게 되어 운 좋게 이사 들어오게 됐죠. 직장과도 가깝고 한인 타운과도 가까워 생활하기 편리한 게 가장 큰 장점이에요”
여기저기 더 팔아야 하는 발품도 아끼게 됐지만 무엇보다 K씨의 마음을 잡아끈 것은 엔지니어 출신인 건물 주인이 실내 구석구석 모두를 전자동 리모트 컨트롤 시스템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 시켜 둔 것. 생활하기에 불편함이 없을 것 같아 이사 오게 되었는데 그 편리함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는 것이 K씨의 설명이다.
Spanish & French Antique
“라브레아길은 앤틱의 보고”

문을 열고 들어서면 계단이 보이는데 가파른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좁다란 통로가 보이고 통로를 따라 거닐다보면 거실, 주방, 방이 차례로 나오는 일자형 구조다. 통로 끝에는 욕실과 또 하나의 방이 위치해 있는데 K씨는 욕실과 붙어있는 방을 매스터 베드룸으로, 통로와 가까운 방은 홈 오피스처럼 꾸며두었다.
다양한 공간 중 실내 인테리어가 가장 돋보이는 곳은 단연 거실. 패밀리 룸이자 손님 접대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이 거실에는 두 개의 기둥과 아치 모양 구조물이 있어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한층 살아난다. 여기에 프렌치 앤티크 스타일 가구와 프로방스 풍 스트라이프와 플라워 프린트가 어우러진 패브릭 소파를 매치해 ‘완벽하게 어울리는 공간’이 완성됐다.
게다가 발코니로 통하는 창문 아래 햇살이 담뿍 들어 휴일이면 독서하기 좋은 1인용 암 체어(arm chair) 코너는 군데군데 벗겨져 손때 묻은 듯 섀비 시크(shabby chic) 분위기 물씬 풍기는 5각형 화이트 사이드 테이블과 앤티크 장식이 화려한 거울을 바닥에 놓아 예사롭지 않은 집주인의 인테리어 감각이 물씬 느껴진다.
“평소 가구에 관심이 많아 시간 날 때마다 라 브레아(La Brea) 가구 거리를 찾아요. 둘러보다 맘에 드는 가구가 있으면 하나 둘씩 사 모으는 편인데 모두 제각기 구입한 것들인데 한 공간에 두어도 잘 어울리는 게 신기하네요”
거실에서 주방으로 통하는 공간에는 원형 식탁을 두어 다이닝룸으로 활용하고 한쪽 벽면은 라 브레아 가구 거리에서 건진(?) 바다색 중국 앤티크 가구로 포인트를 주었다. 동양미가 한껏 흐르는 이 중국식 앤티크 장식장은 고풍스런 듀플렉스와 특히 잘 어울리는데 장식장 내부에는 실용적인 수납공간까지 마련되어 있어 영화와 음악을 좋아하는 남편이 하나 둘 사 모은 DVD와 CD를 멋스럽게 정돈해두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또한 와인과 그릇 등을 올려둔 오픈형 장식장 역시 말레시아 산으로 독특한 모양이 눈길을 끈다. 선반을 지탱하고 있는 양쪽 기둥이 나무 밑둥으로 자연 모양을 그대로 보존한 채 장식 선반을 달아 내추럴하면서도 멋스럽다.
진한 블루와 화이트 타일로 마감된 욕실은 고풍스런 레트로 분위기를 살짝 풍기는데 여기에 집주인이 직접 사다가 단 화이트 커튼과 하나 둘 출장지에서 사 모은 불가사리 장식을 더해 밋밋한 욕실에 내추럴 분위기를 더해주었으며 주방 역시 블랙&화이트 문양 바닥 덕분에 듀플렉스 전체에 흐르는 고풍스런 스패니시 분위기를 살려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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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빨간 계단, 둥근 아치형 입구가 멋스러운 스패니시 스타일 듀플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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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욕조와 샤워 부스가 따로 설치된 레트로 스타일 욕실. 집주인이 좋아하는 불가사리 장식품이 내추럴 모드를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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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실용성과 멋스러움을 동시에 지닌 중국 앤티크 장식장. 라 브레아 가구거리에서 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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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손때 묻은 듯 화이트 앤티크 가구와 거울을 바닥에 내려놓은 범상치않은 인테리어 감각이 어우러진 ‘완벽한 휴식 코너’.



<글 성민정 사진 진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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