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대학 문에 들어선 새내기들에게

2007-08-27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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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한민족포럼재단 사무국장)

새 학기의 캠퍼스는 벌써 생동감이 넘친다. 흥분과 기대에 들뜬 새내기들의 호기심에 찬 초롱한 눈빛만으로도 대학은 발랄함을 더한다. 합격의 영광도 잠깐, 이제는 새로운 목표를 향해 숨을 고르고 자신을 성찰할 때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새내기들은 당당히 새로운 출발선에 다시 섰다.
대학 입학을 위해 그 긴 세월을 용케도 잘 견디어낸 너희들은 분명 행운아다. 하지만 행운을 안은 만큼 그만한 그 댓가를 치러야 한다. 이제 그동안 부모님에게 의존만 하던 생활을 모두 청산하고 스스로 세상을 헤쳐나갈 준비를 해야 할 때다. 부모님도, 너희들을 가르친 스승님도, 비로소 자기 삶의 주체로서 스스로와 마주서게 된 너희 새내기들을 진심으로 축복하며 기뻐하고 있단다.

특히 개혁정신이 높은 가치로 인정받는 이민의 나라, 미국에서 자립심이 무엇보다 중요한 덕목이란 걸 너희들도 잘 알고 있겠지. 이제는 고등학생 때처럼 모든 걸 어머니, 아버지에게만 의존하려 하지 말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스스로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다오. 이제부터 너희들 자신의 책임과 의무는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걸 분명히 인식하고 학업에 임해줄 것을 당부하고 싶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오늘날 대학은 낭만과 멋이 사라졌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대학이 학문의 전당이란 말은 무색해진지 오래다. 국제화시대 실용이란 미명 아래 기초학문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자연계는 힘들다고 외면 당하고 인문학은 밥벌이가 어렵다는 이유로 절체절명의 위기로 내몰렸다. 너희들이 대학 문에 들어서자마자 취업 준비에 열을 올리도록 독려하고 성적 관리에 목을 매는 영악한 젊은이로 만든 건 모두 이 시대와 더불어 우리 기성세대가 반성해야 할 몫이라는 걸 안다.

하지만 이제라도 너희들은 사람은 왜 사는가,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런 질문을 한번쯤 스스로에게 던져주길 바란다. 그저 더 좋은 대학, 취직 잘 되는 학과로 전과(轉科)하고 출세가 보장되는 대학원으로 진학하기 위해 공부하고, 미래의 안일만을 추구하기 위해 값진 인
생을 거는 맹목적인 청춘이 아니길 바란다. 인생의 목적과 수단을 혼동하지 말고 출세가 곧 성공이라고 착각하지도 말아주길 바란다.

참다운 ‘나’로 우뚝 설 때까지 뚜렷한 자기 주관을 세우려면 틈이 나는대로 더 많은 고전(古典)을 읽어라. 옛 사람은 <독만권서(讀萬卷書)’ ‘행만리로(行萬里路)> 즉 ‘만권의 책을 읽고 만리 길을 여행하는 속에 인생의 답이 들어있다’고 했다. 독서는 인문학적 소양을 고양하며 나아가 맑은 영혼을 살찌우는 원동력이다. 이미 부모님의 품을 떠났으니 캠퍼스 안의 박제된 젊음이 되지 말고 가능한 자주 자연속으로 여행을 떠나라. 여행은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움을 깨닫게 해 준다. 사색과 성찰을 하기 어려운 교정을 벗어나 여행에서 새로움을 발견할 때 나 자신이 얼마나 고지식하고 천박한가를 다시 느끼게 될 것이다.
내면의 목소리에 깊이 귀를 기울여라. 더 깊이 고민하고 참담하게 좌절하라. 지금 새내기의 설렘과 흥분은 머지않아 심각한 혼란과 좌절로 바뀔 것이다. 선배 세대들이 그랬고, 너희들 또한 그럴 것이다. 대학은 끝내 아무런 해답도 주지 않는다. 하지만 좌절을 깊이 맛본 사람은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홀러 설 수 있는 해답을 찾게 된다.

절망을 견디어낸 사람은 이미 희망을 감지한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그 절망과 허망을 뚫고 찾아낸 진실만이 인생을 아름답게 가꾸어 나갈 수 있는 유일한 힘이 될 것이다.대학은 너희들에게 무한한 자유를 허락한다. 하지만 그것은 아무나 누릴 수 있는 자유가 아니다. 세련되고 절제된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안목도 책임도 모두 자신의 몫이다. 이제 우리 기성
세대들의 상아탑 추억은 달빛에 물든 선명하지 않은 기억 속의 설화 한 자락처럼 바래가고 있지만 그대, 새내기들은 캠퍼스에서 다시 찬란한 인생의 역사를 쓰게 될 것임을 명심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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