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돈 없고 ‘빽’없고 영어도 서툰 한인들은...

2007-08-2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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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의 눈

편집국 사회부 기자로 근무하고 있다 보니 외부에서 걸려오는 제보전화에서 개인 사생활 상담까지 별별 전화를 다 접하게 된다.

친구로부터 사기를 당했다는 푸념부터 폭행, 성추행은 물론 가정불화, 이민문제 까지. 심지어 콜택시 회사를 비롯한 한인업소의 전화번호를 알려달라는 전화도 심심치 않게 걸려온다.

그러나 전화를 걸어오는 사람들의 사연을 가만히 듣고 있노라면 이들의 절절한 심정이 이해가 가기도 한다. 낯선 이국땅에서 ‘돈도 없고 빽도 없고 영어도 서툰’ 한인들이 하소연할 곳으로 한인 언론사 밖에 찾을 수가 없기 때문 일게다.


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워싱턴 DC에서는 미 언론학회(AEJMC) 학술대회가 열렸다. 이날 기조연설자로 강단에 선 전 백안관 대변인 빌 모이어스는 ‘저널리즘의 직무와 실상’이라는 제목으로 언론인의 자세와 현재 상황에 대해 비교적 자세히 지적했다.

모이어스는 “미국의 언론계는 더 이상 독자를 위한 기사를 보도하고 있지 않다”며 “이는 독자들을 언론사의 이익을 위한 뉴스 이용 소비자로 보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뉴스는 사람들이 숨기기 원하는 사실이며 언론인은 이를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면서 “숨겨진 사실이 아닌 발표한 사실만으로 보도하는 것은 보도가 아닌 출판”이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미국 주류 사회의 비판 섞인 자성은 앞으로 미국 내 한인 언론이나 언론인들이 나아가야 할 길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반 한인들이 수십 번 전화해도 한 번의 답변도 주지 않던 미국 정부 기관 및 기업들이 기자의 전화 한 통화에 바로 답변을 주는 것이 미국이다.

미국 내 소수계 언론인 한인 언론사에 다니는 취재부 기자로서 앞으로는 하소연할 곳 없는 한인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역할에 더욱 분발해야 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윤재호(취재1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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