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교훈

2007-08-2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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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길목에서...

미국에서 시작된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회수부실 사태가 세계 경제에 충격을 주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비우량 주택 대출로 수년 전 부동산시장의 활황으로 부동산 가격이 오를 때 대부기관들이 부실대출한 모기지이다. 이 모기지를 상환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모기지를 대출해 준 금융기관이 피해를 당하게 되었고 그 피해가 다른 금융상품과 다른 지역으로 파급되
어 금융대란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발생하게 된 것은 이런 연유이다. 미국인들이 집을 구입할 때 보통 집값의 20~25%를 다운페이 하고 나머지 금액을 융자받는 것이 관례였다.


그런데 지난 1990년대 중반부터 약 10년간 사상 최저의 이자율 덕분으로 부동산 구입이 늘면서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금융기관이 모기지 대출 경쟁을 벌여 모기지의 기준을 무시한 신종 모기지가 마구 쏟아져 나왔다.

집값의 전액을 융자해 주는 노 다운 모기지와 집값 보다 더 많은 돈을 빌려주는 모기지도 있었고, 매달 이자율이 변동하고 이자만 갚는 프로그램과 크레딧이 좋지 않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높은 금리의 모기지도 있었다.

모기지 대부를 받은 사람은 부동산을 담보로 맡기게 되므로 부동산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뛰고 있으니 대부기관이 걱정할 일은 없었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이 지나치게 올라 주식시장처럼 버블이 꺼지면서 주택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때맞춰 이자율도 오르기 시작했다.

드디어 높은 이자율을 감당하지 못하는 비우량 모기지는 제대로 상환되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모기지 대부를 한 금융기관의 손실이 발생하게 되
었고 차압한 주택이 모기지 상환액에 미달하는 사태까지 나타나 금융기관의 손실은 배가 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렇게 되자 모기지를 대출한 금융기관에 돈을 빌려준 다른 금융기관이 부실하게 되었고, 이에 따른 자금 압박을 타개하기 위해 다른 투자금을 회수하게 되니 주식시장이 급락하는 연쇄현상으로 번졌다.

특히 은행금리가 거의 0%인 일본에서 막대한 엔화가 흘러나와 세계의 금융시장에서 고수익 금융상품에 투자되었는데 서브프라임 사태가 발생하자 이 엔캐리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지난 2/4분기 미국의 대출상환 실적은 17년만에 최악의 상태로 지난 해부터 현재까지 미국에서 90여개의 모기지 업체가 영업을 중단했거나 매각을 희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곤란을 겪고 있는 업체 중에는 우리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컨트리 와이드, 아메리칸 홈 모기지와 같은 큰 모기지 회사, HSBC은행과 리먼 브라더스 금융회사도 포함되어 있다.

한국계 은행들도 대출금 상환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같은 금융대란이 금융상품에만 피해를 주는데 그치지 않고 실물경제에 타격을 주는데에 문제가 더 크다. 모기지 체납과 이로 인한 금융기관의 자금 경색으로 대출 여건이 나빠지면 사업자금 뿐 아니라 소비자 금융도 막히게 된다.

더우기 주택가격의 하락과 주식시장의 하락이 동반하여 나타나면 소비심리가 위축되는 것은 물론이고 실제로 구매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현상이 미국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확대되면 그야말로 경제대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러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해결책으로는 미국의 금리 인하밖에 없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금리 인하에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고금리로 위험투자를 한 사람들을 위해 금리 인하를 해줄 수 없다는 주장도 있고, 금리인하를 할 경우 엔캐리 자금이 급속히 일본으로 돌아가게 되어 또다른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튼 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금년 말까지, 늦으면 내년까지도 해결되기 어려울 것 같다.

경제상태는 날씨와 같아서 항상 좋을 수도 없고 항상 나쁠 수도 없으며, 변화무쌍하다.

햇볕이 쨍쨍 나서 무덥다가도 먹구름이 몰려오면서 소나기를 퍼붓고 소나기가 그치면서 다시 맑은 날씨로 되돌아가듯이 호경기 끝에 버블이 터지고 버블이 터지고 나면 다시 에너지가 축적되기 시작하는 것이 경제의 순환현상이다.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고 하여 언제까지나 오를 것으로만 생각해서는 안 될 일이므로 힘에 겹도록 과중한 투자를 했다가는 낭패를 보기가 십상인 것이다.

그와 반대로 위기를 내다볼 수 있는 사람은 이런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도 있다. 서브프라임 위기는 일반인에게는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적기이며 사업가에게는 금융업체를 인수할 수 있는 호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이 어찌 경제문제 뿐이겠는가. 우리의 인생만사에서 코앞에 닥친 일에만 정신을 팔다가는 실패하는 경우가 아주 많다. 당장 급한 일이 중요하긴 하지만 그보다도 더 멀리 볼 수 있는 지혜가 절실히 필요한 일이다.

겨울에는 여름을 준비하고 여름에는 겨울에 대비해야 하며 어려울 때는 일이 잘 되었을 때를 생각하고 잘 나갈 때는 어려웠던 때를 잊지 않는 종합적 사고를 갖는다면 위기가 기회이며, 기회가 또 위기가 될 수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이기영(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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