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유롭게 살든지 모질게 죽든지’(Live Free or Die Hard)

2007-06-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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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가쁜 ‘실감 액션’2시간

12년만에 나온 ‘다이 하드’속편
52세 윌리스, 터프한 연기 볼만

긴 제목을 가진 이 영화는 자조적인 말을 혼자 중얼대며 단신으로 다수의 나쁜 놈들을 때려잡는 뉴욕의 서민적인 형사 존 매클레인의 액션 영화 ‘다이 하드’(Die Hard)의 제4편이다.
제3편이 나온 것이 1995년이니 12년만에 나온 속편인데 2시간 내내 숨 돌릴 새 없이 액션과 스턴트가 화면을 사정없이 유린한다. 오랜 체증이 확 풀릴 영화로 사실성을 생각 말고 그냥 웃고 긴장하고 흥분하면서 즐기면 된다.
머리를 박박 깎고 아직도 단단한 몸을 한 브루스 윌리스가 다시 나오는데 52세의 나이에 인간으로선 감내하기가 도저히 불가능한 온갖 위험을 아이가 장난하듯 물리치는 모습을 보면서 벌린 입이 다물어지질 않는다.
천하장사 헤라클레스도 이런 위험을 물리치지는 못 했으리라. 너무나 터무니없는 일들이 많지만 시종일관 액션으로 관객의 지능을 강타, 비판할 기회를 잃게 된다.
이 영화는 아날로그 시대 인간인 존과 디지털 테러리스트 단체 간의 대결로 이런 구성은 올드 팬들과 젊은 팬들을 동시에 노린 것. 그리고 존이 컴퓨터 귀재인 젊은이와 영화 내내 동행하는 것도 역시 같은 의도에서다
미 연방수사국(FBI)의 컴퓨터가 해킹을 당한 뒤 존은 해킹전문범 리스트에 올라 있는 젊은 컴퓨터 귀재 맷(저스틴 롱)을 뉴저지의 아파트에서 연행해 오라는 지시를 받는다.
존이 맷을 연행하기 직전 프랑스 암살자들이 아파트를 습격하면서 한 밤에 전쟁을 방불케 하는 총격전이 벌어진다.
이 암살자들은 워싱턴 DC와 월스트릿을 비롯해 미국의 전 컴퓨터 체계를 마비시킬 계획을 마련한 전직 미 정부관리 토마스(티모시 올리판트)의 졸개들. 토마스의 부두목은 쿵푸 솜씨가 재키 챈과 맞붙을 만한 하이힐을 신은 날씬한 아시안 미녀 킬러 마이(매기 큐)로 마이는 토마스의 애인(존과 마이가 승강기 샤프트에 대롱대롱 매어 달린 자동차 안에서 벌이는 격투가 장관이다).
맷에 의해 토마스의 궁극적 음모를 알게 된 존은 이때부터 둘이 함께 토마스를 잡으러 나서면서 온갖 위험에 직면한다(존은 소화전 물길로 비행중인 헬기를 무기력화한 뒤 자동차를 공중으로 날려 헬기와 충돌시키는가 하면 회전하는 미공군 전투기 날개 위에 올라타는 등 온갖 곡예를 한다.
영화에 감정을 삽입시키기 위해 토마스가 존의 딸 루시(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테드)를 납치하면서 존의 토마스 잡기는 개인적 싸움으로 변하고 사이가 소원했던 부녀간의 애틋한 사랑도 회복된다. 액션과 스턴트의 과장성은 영화를 거의 코미디로 만들지만 컴퓨터 테러라는 설정은 상당히 설득력 있다. 윌리스가 신이 나서 열연을 하는데 환갑 전에 제5편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과다 액션에도 불구하고 등급은 PG-13. 렌 와이스맨 감독. Fox.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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