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해결하지 못한 과거와 연결 되면서 일어나는 멜로드라마

2026-05-08 (금) 12:00:00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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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 새 영화 ‘두 대의 피아노’(Two Pianos) ★★★½ (5개 만점)

▶ 자기를 키워준 스승의 부름 받고 귀향
▶ 로맨틱한 향수와 배신과 슬픔과 상처를
▶ 플롯과 플롯 사이 뛰어넘는 소프 오페라

8년 전 고향 리용을 떠나 도쿄에서 피아노 교습선생을 하면서 술에 취해 자진 망명자의 노릇을 하는 장래가 촉망되던 피아니스트가 자기를 발굴하고 키워준 여자 스승의 부름을 받고 귀향, 해결하지 못한 과거와 재 연결 되면서 일어나는 멜로드라마로 프랑스 감독 아노 데이플러샨의 작품이다.

피아니스트가 귀향해 겪는 일과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로맨틱한 향수와 무절제한 정열 그리고 배신과 슬픔과 상처 및 죄의식을 플롯과 플롯 사이를 훌쩍 훌쩍 뛰어넘어가면서 다룬 고급 소프 오페라라고 하겠다.

재능 있는 피아니스트 마티아스(프랑솨 시빌)는 옛 스승 엘레나(샬롯 램플링)의 생애 고별 연주로 둘이 함께 피아노 듀엣을 연주하자는 제의를 받고 리용으로 돌아온다. 엘레나는 음악에 살고 죽는 여자로 아이는 낳아서 무엇 하느냐고 말하는 여자다. 영화는 마티아스와 그가 아는 여러 사람들과의 관계를 그렸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마티아스와 엘레나의 그 것이다.


리용에서 엘레나가 마련한 파티에 참석하러 간 마티아스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옛 연인 클로드(나디아 테레스키위즈)를 보고 졸도한다. 엘레나는 마티아스와 그의 친구 피에르(제레미 르윈)를 동시에 사랑했는데 자기가 지루하다고 느끼는 음악보다는 보다 안정된 화랑주인인 피에르를 선택한 것으로 피에르와의 사이에 8세난 아들 시몽을 두었다.

마티아스와 엘레나가 함께 리허설을 하기 전 마티아스는 공원에서 자기 어렸을 때와 똑 같이 생긴 시몽을 발견하고 자기를 돕는 에이전트 막스(이뽈립 지라도)에게 “나 자신을 봤다”라고 고백한다. 피에르가 급사하면서 마티아스와 클로드는 재 연결 되는데 마티아스는 시몽과 똑같이 생긴 자기 어렸을 때 사진을 클로드에게 보여주면서 시몽이 자기 아들이라고 말한다.

분명치가 못한 클로드와의 관계와 장래에 갈등하는 마티아스는 엘레나와의 연주에 술에 취한 채 참석한다. 그리고 리용에 정착할 것인지 아니면 과거를 청산하고 리용을 떠날지를 놓고 고민한다. 먼저 리용 오케스트라 소속 피아니스트를 뽑는 오디션에 참가하는데 여기서 그는 지정곡인 쇼팡의 에튀드를 치지 않고 바하의 곡을 친다.

그리고 막스는 마티아스에게 해외 연주 기회가 있으니 리용을 떠나라고 적극 권유한다. 사랑과 죽음이 불러오는 고통을 모두 경험한 클로드도 마티아스에게 둘이 함께 정사를 치른 뒤 리용을 떠나라고 권유한다.

무드 위주의 고른 플롯의 영화라기보다 이 사람 저 사람 이 플롯 저 플롯을 뛰어 넘어 다니는 불연속성 심리극 정신을 지닌 영화로 마치 듣기 친근한 낭만적인 음악이 아니라 처음 들을 때 다소 생경함을 느끼게 하는 현대음악과도 같은 작품이다. 연기들이 좋은데 생기발랄한 테레스키위즈의 연기와 함께 특히 꽉 다문 입술을 한 채 냉정하고 엄격한 표정을 보여주는 램플링의 연기가 가히 압도적이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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