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두 사람에 관한 사랑의 우화요 로맨틱 판타지

2026-06-05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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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용사의 남편’(The Hairdresser’s Husband·1990) ★★★★½(5개 만점)

프랑스 감독 파트리스 르콩트(공동 각본)가 만든 이 영화는 오직 사랑과 정열 때문에 사는 두 사람에 관한 사랑의 우화요 로맨틱 판타지다. 로맨티시즘이 갈 데까지 가다 쓰러져 죽은 감동적 비극이기도한데 르콩트는 사랑의 집념을 추구하면서 과연 이 세상에는 완전한 사랑과 행복이 있을 수 있는 것이냐고 묻고 있다. ‘우리의 전 생애를 결정하는 것은 사랑과 욕망’이라고 믿는 르콩트의 어릴 때 경험과 동경을 바탕으로 만들었는데 과거와 현재가 서로 오락가락하며 진행된다.

프랑스의 한 작은 도시에 사는 소년 앙트완은 유난히도 머리 깎는 것을 좋아해 툭하면 동네 이발소를 찾아간다. 그가 이발소를 자주 찾는 이유는 아름답고 육감적인 미용사 샤페르 때문이다. 앙트완에게는 이발소가 천국이나 마찬 가지. 로션과 향수 냄새에 곁들여 샤페르의 향긋한 여체 냄새도 맡을 수 있고 또 여인의 손이 자기 머리를 감겨줄 때 전달되는 촉감과 샤페르의 푹신한 팔과 젖가슴이 자기 몸에 와 닿을 때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촉을 즐길 수도 있다. 어디 그 뿐인가. 가까이서 느껴지는 샤페르의 숨결과 하얀 미용사복 옷깃 사이로 살며시 드러난 여인의 풍성한 젖무덤을 훔쳐보느라 앙트완은 눈을 감았다 떴다 하면서 마치 구름을 탄 기분이 된다. 그래서 앙트완은 크면 꼭 미용사의 남편이 되리라고 결심한다.

그로부터 40년 후. 앙트완(장 로쉬포르)은 꿈에 그리던 젊고 아름다운 미용사 마틸드(안나 갈리에나)를 만나게 된다. 앙트완은 마틸드가 처음 자기 머리를 깎는 날 여인에게 구혼하고 마틸드는 앙트완이 두 번째 이발소를 찾았을 때 그 청혼을 받아들인다.


결혼한 둘은 이발소 2층에 살림을 차리고 완전히 외부세계와 차단한 채 두문불출하며 사랑만 한다. 둘은 시도 때도 없이 서로 응시하고 애무하고 정사하고 또 사랑을 음성으로 호소한다. 앙트완은 손님 머리를 깎아주는 마틸드를 잠에 취한 듯이 응시하다가 못 견디겠으면 마틸드의 뒤로 다가가 아내의 육체를 정성껏 애무한다.

이러기를 10년. 천둥번개가 치고 폭우가 쏟아지는 어느 날 밤 마틸드는 앙트완을 끌어안고 격렬한 정사를 나눈 뒤 빗속으로 뛰어나간다. 마틸드는 결국 상실의 두려움과 정열의 쇠진에 대한 공포 때문에 비극적 종말을 선택한 것. 마틸드가 남김 마지막 말은 이렇다. “당신보다 내가 먼저 가야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해야 당신이 나를 영원히 기억할 것입니다.”

때론 코믹한 가운도 갖고 있는 비극적이요 낭만적인 러브 스토리로 클로스업을 마음껏 사용해 두 연인의 감정의 근저까지를 자세히 보여주고 있다. 유난히도 응시가 많은 영화로 사랑하는 두 사람 세계에 가득한 정열과 그리움을 고요하고 매우 부드럽게 그렸는데도 견디기 힘들게 성적으로 자극적인 영화인데 로쉬포르와 갈리에나가 서로 어딘가 약간 어색한데도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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