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상담이 무엇입니까?

2007-02-1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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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주(뉴욕가정상담소 패밀리 프로젝트 디렉터)

상담소에서 전화를 받다 보면 간혹 이러한 반응들과 만나게 된다. “우리 부부간에 문제가 있는데요, 어떻게 하죠?” “아이가 학교에 잘 적응을 못하는 것 같아요.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제가 지금 일을 하고 있어서 상담할 시간은 없고요, 지금 당장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을까요?” “상담하면 뭐가 달라지죠? 그냥 넋두리하는건데…”

보통 상담에 대한 지식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클라이언트들은 한 통의 전화 혹은 한 번의 방문상담을 통해 자신이 처해있는 문제의 해결책을 찾기 원하며 상담가로부터 해답을 듣기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 상담을 하는 입장에서는 클라이언트의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를 희망하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에서 해답을 주기를 원할 것이다. 그러나 사실상 상담가는 “해답을 주는 사람”이 아니다.


상담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상담이란 상담자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전문적 지식과 경험으로 문제의 본질을 파악시키고 해결방법을 스스로 찾도록 하는 활동이다. 즉, 상담자가 문제 해결의 방법을 찾는 것이 아니라 클라이언트 스스로가 해결책을 찾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상담의 특징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결정권(Self-determination)’이 클라이언트에게 있음을 더욱 확인할 수 있다. 즉 상담에는 (1)모든 행동 변화나 의사 결정은 내담자가 원하는 것이어야 한다. (2)상담은 자발적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하는 것이어야 하며 개인이 선택하고 결정할 권리를 존중해야 된다. (3)합리적 계획, 문제 해결, 의사 결정, 환경적 압력에 대한 대응, 일상 행동습관 등과 같은 일상생활의 문제에 중점을 둔다는 3가지 특징이 있다.

결국 문제의 근원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어떠한 해결방법들이 있으며, 그중 어떤 것을 클라이언트가 선택할 수 있을지를 돕는 과정이 바로 ‘상담’인 것이다.그러나 이러한 상담의 특징에도 불구하고 신속한 해결책을 원하는 사람들의 반응이 나온데는 크게 두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나는 본인 스스로가 문제의 심각성으로 인하여 그 순간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거나, 다른 하나는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기 때문에 도저히 상담이라는 것을 우선순위로 놓을 수 없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상담의 효과를 거두기 위한 문제해결의 열쇠는 바로 본인의 ‘의지’(willingness)이다.

핫라인을 통해 들어오는 사례들 중 가정내의 폭력으로 인해 피해를 당한 클라이언트들의 전화를 많이 받게 된다. 짧게는 1~2년, 길게는 20~30년 동안 감정적,언어적,육체적,재정적 또는 성적인 폭력속에 살아온 사람들이다. 이러한 클라이언트들이 하루빨리 그 폭력의 굴레를 벗어나기를 희망하는 것이 바로 상담가의 목적이며 뉴욕가정상담소가 존재하는 의미일 것이다.그러나 아무리 좋은 서비스들을 나열한다 할지라도 적어도 본인이 상담소에 전화를 하고 자신의 문제를 제대로 들여다 보며 선택할 수 있는 서비스들을 찾아보고 그것을 선택하겠다라는 본인의 의지가 없이는 상담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매우 적다.

부부간의 관계를 개선하길 원하는 사람들 역시 남편과 아내 모두 변화하겠다라는 결심이 없이 상담소를 찾아온다면 모르는 사람에게 자신들의 문제를 쏟아버리는 ‘푸념’처럼 느껴질 것이다. 아동 및 청소년 문제로 인해 전화하는 부모들 역시 본인과 아이가 함께 어떤 것이 문제이며 그
것을 해결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라는 각오 없이는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것을 느낄 것이다.상담소에 전화를 하겠다는 결심부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담소에 걸려오는 한 통의 전화라도 너무나도 소중하고 감사하게 느껴지며 어떠한 방법을 통해서라도 적합한 서비스를 공급하고자 하는 것이 상담소의 입장이다.그러나 상담은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상담가 혼자만의 힘과 의지로는 원하는 효과를 거둘 수 없다.

뉴욕가정상담소는 앞으로도 한인 가정내의 어려움들을 해결하고자 끊임없는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우리들의 조그마한 노력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의 의지와 함께 하여 한인사회에 많은 가정이 행복하고 건강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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