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어글리 코리안

2007-02-0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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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미(예술가)

나는 요즘 커다란 실망감에 싸여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한 마디로 직장을 구하는데 지쳐버린 것이다.나는 미국 반, 한국 반 식의 이중언어 하는 1.5세 예술가다. 돈 좀 많이 준다는 한국 직장 전선에 최근 취직하기 위해 나섰다. 그런데 늙었다고 다 안 써준다는 것이다. 이제 52, 한창 나이로
미국에선 프라임 에이지로 청춘이 팔팔한 나이인데 미국화된 한국사람은 안 써 준다며 아무도 반가워하는 사람이 없다.

언제부터인가 언니를 돕기 위해 한국사회에 발을 디딘 나는 한국사람의 돈 맛을 본 것이다. 이 돈 때문에 그 좋던 미국직장들도, 미국남성들도 다 팽개치고 한국 생활전선에 나섰다.요즘 우리 언니들 친구들을 만나면 모두 한숨 쉬면서 한탄하는 ‘어글리 코리안’에 대한 토론이다. 우리 두 언니는 국제결혼을 해서 미국에 왔지만 한국사람들을 좋아한다. 왜냐하면 기독교인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북부뉴저지 신문 제일 첫 장에 나온 기사는 나를 경이하게 만들었다. 한국교회 나가는 국제결혼 여자들은 모두 천시한다는 것이다.


처음 미국 이민의 시초는 국제결혼 한 사람과 유학생 때문에 줄줄이 너 나 할 것 없이 이 땅에 들어왔는데 지금은 교회를 가도 이중언어 성경 찬송가는 커녕 모두 한국말로 바꾸어 놓았고, 심지어는 토요 한글학교가 유행이 되는 등 우리가 처음 미국에 올 때는 기독교인 개척자 대사관들로 자청해 왔는데 지금 거꾸로 모두 한국 비디오며 배우들, 가수들, 모두 한국식으로 돌아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한국이 지금 미국보다 더 잘 산다고 생각하면 된다는 분위기다.

내가 처음 팰리세이즈 팍에 정착했을 때는 영어를 모르는 불쌍한 한국사람들을 위해 영어학원을 차려야 했었고 불쌍한 노인들을 위해 사회보장제도를 알리는 기관을 차려야 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할 일이 없어진 것이다.
영어 한자 몰라도 잘 먹고 잘 사는데 왜 그러냐고? 이제는 모든 것 다 걷어치우고 직장생활이나 할까 해서 식당이나 가정부, 베이비시터직을 찾으러 가도 너무 늙었다고 안 써주겠다는 것이다. “우리 미국화된 한국사람은 안 써요” 한다.정말 사회가 이렇게 변질화 되어가고 있는데 좋은 현상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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