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설/문화지원금, 분열·갈등 초래 말아야

2007-02-0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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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한인사회에서 가을에 개최되는 문화행사를 위해 한국 정부가 5억원을 지원키로 한 ‘뉴욕한인 문화 엑스포 2007’ 지원사업비가 자칫 잘못하면 한인사회에서 분란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뉴욕한인청과협회는 지난 주말 국회 문화관광위원회를 방문, “뉴욕한인 엑스포 2007 지원 예산이 정부기관을 경유하지 않고 특정단체로 직접 전달될 경우 지원금 분배와 집행의 주도권을 놓고 여러가지 문제점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내용의 건의서를 소속 위원들에게 전달했다.

청과협회는 이같은 문제가 발생하여 동포사회의 분열이 초래되면 문화관광위원들의 순수한 뜻을 훼손시킬 가능성이 있을 뿐 아니라 그간 쌓아올린 동포사회의 성실한 이미지가 추락될 우려가 높다고 건의서에서 지적하고 문화엑스포 지원금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뉴욕문화원과 뉴욕총영사관을 통해 지원금이 분배 집행되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같은 청과협회의 건의서는 지원금을 둘러싸고 이경로 한인회장이 독주하는 경향을 보이자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된 것으로 보인다. 이회장은 지난해 12월 마치 한인회가 독자적으로 이 지원예산을 따낸 것처럼 발표했다가 그동안 로비활동을 해 온 청과협회의 반발이 있자 서둘러 뉴욕한인문화축제위원회를 발족시켰다. 그러나 청과협회는 이 위원회에 불참하고 이번에 건의서를 내기에 이른 것이다.

50만달러가 넘는 이 지원사업비는 한인사회에서는 대단히 큰 돈이다. 이처럼 큰 돈이 뉴욕한인사회의 문화행사에 지원되는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이 지원금이 결정되자 한인사회에서는 조금이라도 이 돈을 얻어쓰려고 벌써부터 한인단체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소문이다. 또 오는 가을의 문화행사에 사용될 지원금을 염두에 두고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이경로 한인회장이 문화축제위원회를 발족한 것도 이 지원금이 앞으로 한인사회에서 얼마나 큰 핫 이슈가 될 것인지를 예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뉴욕한인사회에서는 뉴욕한인회와 한국문화센터가 서로 약 10만달러의 소유권을 주장하며 30년 이상 분쟁을 겪어왔다. 만약 특정단체가 50만달러 이상의 지원금을 분배집행한다면 분배권을 가진 단체는 큰 권리를 행사하게 될 것이며 그 분배와 집행과정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이 보장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돈은 한인사회에 분열을 초래하고 파탄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청과협회의 건의는 백번 옳은 말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뿐 아니라 이 지원금이 단체별로 공평하게 분배되었다고 하더라도 각 단체에서 엉뚱하게 사용될 우려도 없지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영수증만 갖추어 놓으면 행사와 직접 관계없는 지출도 행사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을 것이며 심지어는 지원금을 유용하는 문제도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그러므로 지원금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대신 각 행사가 필요로 하는 프로그램이나 설비를 제공하는 형태로 이루어지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다.

뉴욕총영사관과 한국문화원은 모처럼 이루어진 한국의 지원금이 한인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초래하지 않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분배와 집행절차에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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