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화를 잘 내는 사람

2007-01-3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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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희(뉴욕가정상담소 카운셀러)

상담을 하다 보면 화로 인하여 상처를 주거나 상처를 받게 되어 오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 화로 인하여 상처를 받거나 화를 참아서 병을 얻게되는 경우도 많고, 이를 조절하거나 표현하는 방법을 몰라서 폭력적으로 화를 내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도 있다. 즉 화의 표현은 서로의 관계에 상당한 영향을 주게 되므로 화에 대한 이해와 화를 다루는 방법을 아는 것은 우리의 삶을 더욱 건강하게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화에 대하여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 중의 하나는 화는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화를 내는 것은 나쁘거나 잘못된 행동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화는 우리가 갖고있는 자연스런 감정 중의 하나이며, 화를 잘 쓰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정의롭지 못한 것에 화를 내는 것은 잘못된 것을 고쳐보거나 긍정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화가 나쁘게 되는 것은 화를 함부로 사용하거나 화를 잘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이다. 화를 너무 강하게, 자주, 또는 부적절하게 내다보면 서로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어 관계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화를 내는 사람 자신도 모르게 폭력적인 행동을 증가시킬 수 있다.이와 반대로 화가 나는 것을 적절하게 표현하지 못하거나 무조건 참는 사람들의 경우도 화를 잘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이다. 실제 상담사례 중에는 화를 참고 누르고 있다가 어느 한 순간에 아이들이나 부인에게 억눌렸던 감정을 폭발하여 가해자가 되어 오는 사례도 종종 있다. 이들은 화를 참으면 화가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여 화를 참고 있다가 사건으로 된 경우들이다.

다른 경우는 화를 참고 살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우울증이나 홧병 등으로 자신의 건강을 해치게 되는 경우들도 있다. 그러므로 화를 참지 않고 표현하되,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지 않게 화를 잘 내는 것이 중요하다.
화에 대한 또 다른 잘못된 생각 중의 하나는 화를 함부로 내거나 화를 참기만 하는 사람들은 이것이 자신의 성격이나 유전과 관련되어 있어서 변화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화에 대한 연구들은 화의 표현이 배워진 행동이고 또 이를 적절하게 잘 표현하는 것도 배워질 수 있다고 한다.

상담이나 교육을 통하여 자신의 화에 대한 통제 계획을 세우고 훈련을 하면 좋아지기도 한다. 화를 함부로 내는 사람 중에는 자신은 화를 통제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러나 이들 중에는 자신보다 권이나 힘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화를 내지 않고 가족들이나 자기 자신보다 약한 사람들에게만 함부로 화를 내는, 실제로 자신의 화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도 있다. 이렇게 약자나 가족에게 함부로 화를 내는 행동이 반복된다면 폭력적인 습관으로 변하여 결국 가족과 약자, 그리고 자신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

반면 어떤 사람들은 자신은 화가 안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자신의 감정을 속이거나 자기 감정을 못 느끼는 사람들일 경우가 많다. 또 어떤 사람들은 화를 낼 때는 자동적으로 공격적이 되고, 공격적인 방법을 통해서만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하는데 이것도 잘못된 생각 중의 하나이다. 화는 대화 등으로 생산적이고 자기 주장적인 방법을 사용하여 표현될 수도 있다. 또 어떤 사람들은 주장과 화내는 것을 혼동하는 경우도 있다. 화를 낼 때 상대방을 지배하거나 두렵게 하지만 주장은 그렇지 않다. 주장은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상대방의 감정의 상처를 최소화 한다.

화는 참거나 함부로 낸다고 없어지지는 않는다. 화를 일단 내면 그 순간은 화를 담아둔 에너지를 밖으로 내보내서 긴장을 풀고 사람들을 통제할 수 있지만 그 결과는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왜냐하면 사람은 관계 속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 받기 때문이다.화는 강한 감정이기 때문에 잘 관리를 하지 않으면 우리를 지배하여 자신과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 우리가 화를 지배하기 위해서는 화의 에너지를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잘 내보내는 것과 이 에너지를 긍정적으로 전환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화가 났을 때 우선 자신이 화가 났음을 알아차리는 것이 필요하다.

숫자를 세거나 깊은 호흡으로 마음의 안정을 가짐으로써 화가 자신을 압도하지 못하도록 할 수 있다. 스트레치나 이완, 명상, 깊은 호흡 등으로 몸의 긴장을 풀고 나서 화를 낸 사람과 대화를 하는 방법도 도움이 된다.
화를 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화에 대한 이해와 관리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화가 난 동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내면에 숨어있는 감정들은 상담을 통하여 다루어볼 수도 있고, 상담 등으로 불합리한 신념들을 수정하고 생활에서 화를 표현하기 위한 대화 기법, 자기 주장 훈련을 익힘으로서 자신의 화를 통제할 수가 있다.

자신이 좀 더 적극적인 방법으로 화를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이 들거나, 화를 내는 것이 습관화된 행동이어서 행동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면 전문가와 함께 구체적인 계획과 전략을 찾고 훈련이나 상담을 받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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