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죽음 극복의 돌파구

2007-01-2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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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목회학박사)

사람은 인간이다. 인간은 동물이다. 동물은 육신의 한계가 있다. 인식의 한계가 있다. 결국 그 한계는 종말이다. 인간. 동물. 사람. 똑같이 종말은 죽음이다. 육신의 한계는 몸의 한계다. 몸. 사람이나 다른 동물들. 거의 거기서 거기다. 비슷비슷하다. 몸의 구성체 내용이나 씀씀이는 거
의 같다.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 항문으로 나온다. 똑같다.

인식의 한계는 생각의 한계다. 생각. 사람, 인간에게는 있다. 동물. 동물에게도 생각은 있다. 인식의 한계는 마음의 한계다. 마음. 사람, 인간에게는 있다. 동물. 동물에게도 마음이 있을까. 사람은 눈물을 흘린다. 동물도 눈물을 흘리나.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소는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 종말을 고하는 마지막 길임을 알고 있음일까. 몸의 한계. 육신은 죽으면 종말이다. 그러나 인식의 한계. 마음은 살아 있는 한 무궁무진이다. 사람. 인간이 펼치는 예술적 결과는 모두 이 인식과 생각과 마음의 무한한 상상력 속에서 나온다. 상상력. 그 폭의 넓음과 깊음과 높음은 사람만이 가질 수 있다. 다른 동물. 개나 돼지가 그림을 그린 것을 보았나. 없다.


사람을 만물의 영장이라 했나. 사람만이. 인간만이 신을 창조했다. 아니 신이 있음을 발견했다. 신이란 만물의 근본. 근본 된 만물의 영장이 신을 알고 신의 능력을 힘입으려 한다. 그것은 한계 극복의 신호다. 죽음 극복의 아부다. 사람. 인간은 마음이 있음에 영원을 사모한다. 영생을 바란다. 영원히 천국에서 살기를 소망한다. 그것도 육신을 덧입은 채로. 욕심일까.인간. 사람의 마음 안에서 자신이 지상 최고 가치의 존재임을 발견한다. 인식할 수 있는 자는 자신밖에 없다. ‘나’라는 개체 안에 인식이 있다. 그 인식을 통해 사람은 신을 발견하고 자신을 발견한다. 발견 밖의 인식은 타자의 몫이다. 타자는 또 다른 인식이다. 인식의 한계는 자신의 한계다. 자신의 한계는 자신 안에만 존속된다. 나와 타자는 그래서 하나일 수 있다. 없는 상태. 태어나기 전의 상황. 인식 전의, 시작도 종말도 없는 상태. 무. 없을 무라고 해야 하나.

나는 없어도 누군가는 존재했다. 누군가의 존재를 통해 사람, 인간은 생겨났다. 다른 동물, 식물도 마찬가지 상황. 무엇인가가 있었기에 지금의 존재들은 존재하게 됐다. 원인자. 그 원인자의 근본을 조상이라 할까. 원조라 할까. 신이라 할까. 하늘이라 할까. 존재 자체라 할까. 종말 극복. 죽음을 뛰어넘은 세계. 마음의 세계. 생각의 세계. 몸의 세계. 인식 한계 넘음의 세계. 종말 극복의 의지는 사람에게만 주어진 천형인가.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인가. 갈등은 사람에게 있다. 인간에게 있다. 소나 말에겐 갈등이 없다. 그냥 태어나 주인 만나 살다 죽을 때 죽는다. 죽음. 그런 거, 소나 말이 생각하는 것 보았나. 그들에겐 갈등이란 없다.
돌고 도는 세상. 소가 다시 태어난다. 사람이 다시 태어난다. 개가 다시 태어날 때는 사람이 된다. 사람이 다시 태어날 때는 지렁이 같은 미물도 된다. 윤회사상. 윤회사상의 극복은 열반과 해탈. 열반과 해탈은 다시 태어남 없는 세상으로 들어가는 것. 영원한 죽음 극복이다. 다시 태어남 자체가 죽음을 전제로 하기에 그렇다. 태어나, 존재하지 않으면 죽음 같은 종말도 없다.

생. 살아있음의 한계. 살아있음에 모든 것은 인식된다. 인식되지 않은 모든 것은 살아있음, 즉 생 밖의 문제다. 삶. 살아가는 과정. 과정은 원인이 있고 결과를 낳는다. 원인은 태어남, 결과는 죽음이다. 태어남과 죽음의 그 사이에 삶이란 과정이 넓게 혹은 좁게 자리한다. 과정 속의 희로
애락은 사람, 인간만이 누리는 지상최대의 하늘이 내려준 선물. 자신만의 누림이다. 사는 한, 살아 있는 한. 끝까지 과정은 계속된다. 살아있음의 책임이다. 고통과 희열의 반복이라도 끝까지 삶은 생의 한 복판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존재 자체가 안고 있는 태어남의 천형이다. 천형은 태어남. 고다. 고는 복이다. 없음에 있음이 첨가된 새로운 창조이기 때문이다. 고를 통한 복은 참된 복이다. 복을 누리려고 하는 자 삶의 고를 지고 가야 한다.

인류. 인간의 복합체. 수십억만년의 지구와 태양 나이. 고령이다. 그래도 젊다. 태양. 오늘도 불꽃처럼 타오른다. 태양의 열기. 지구를 품어 사람과 세상을 지탱하게 해준다. 인류. 사람. 동물. 식물. 지구촌 안 갈등과 반목의 풍경들. 지구의 모든 존재, 태양이 신성이 되어 커지면 모두가 흡수되어 태양과 함께 폭발할 것을. 그러나 우주는 죽음같이 존속 될 것. 인식의 한계. 사람의 한계다. 인류가 존속하는 날까지 죽음 극복의 아부는 계속 될 것. 죽음 극복의 유일한 돌파구는 사랑이다. 나와 타자가, 순간과 영원이 하나 될 수 있는 유일한 창구. 태양이 지구를 사랑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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