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토정비결과 황금돼지 해

2007-01-2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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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일(우정공무원)

다복(多福)과 다산(多産)을 상징하는 돼지해로 소망과 기복이 드는 대망의 정해년 사주팔자에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지만 역마살이 있어 태평양 건너 이역만리 미주지역에 온 지도 20년이 지났다. 그러나 민족 전통 고유명절을 비롯해 잊을 수 없는 것은 바쁜 연말을 보내고 정월 초에 접어들면 가끔 생각나게 되는 것이 토정비결에 얽힌 사연이다.

초,중학교 다닐 때 집안 어른들이 연초에 모이면 토정비결 책자를 놓고 소란스러울 정도로 박장대소하던 모습이 신기하기도 해 나도 좀 봐달라고 끼어들면 미성년자는 해당 없다는 일언지하 한 마디로 거절당했던 기억이 난다.많은 사람들이 새해가 오면 내 운세가 어떻게 될지 한번쯤은 생각한다. 건강과 사업이나 여러 문제들이 지난 해와 같은 어려움에서 좀 풀릴 것인지 궁금하기 때문에 토정비결이나 사주팔자(점)을 보게 된다.


지난달 본국의 구인 구직 사이트의 설문조사(대상 1,500명)에 의하면 2명 중 1명은 새해 운세와 관련된 점이나 토정비결을 보는데 심리적 안정에 도움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점술의 결과를 믿어서가 아니라 가벼운 마음으로 신년 운세를 기대하기 때문이라 했다.
특히 놀라운 것은 불운을 막고 길운을 부르기 위해 부적을 지닌 경험이 40%로 나타났다. 뿐 아니라 각종 선거 때만 되면 당락의 여부나 득표방법 및 상대 진영의 허를 찾기 위해 많은 정치인들이 은밀히 찾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병술년은 입춘이 두번 드는 해(음력)로 쌍춘년이었다. 쌍춘년에 결혼하면 복이 많다고 해서 혼례를 많이 하고 정해년 새해에는 600년만에 찾아온 황금돼지 해로써 출생한 아이들은 재물복이 있고 인생을 편하게 살 수 있는 행운이 있다고 해서 출산을 미루지 않는다고 하니 출산 부부 가정은 한마디로 짱이고 더할 나위가 없다.이에 세계 최저 출산국(홍콩 제외)인 한국정부로서는 저출산 고령화사회 정책(복지부)에 희망스럽고 반가운 해로 복덩이 아이들이 많이 출생했으면 하고 바라는 해이다.
작금 북핵 때문에 온통 야단법석이지만 정작 핵전쟁보다도 무서운 저출산으로 인한 재앙을 대비하기 위해 각국마다 초비상정책을 펴고 있음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겠으며 향후 인구 규모가 세계경제 판도를 바꾸고 국력을 가늠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 직시해야 된다.

토정비결은 작자 미상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비결이란 숨겨두고 혼자만이 쓰는 좋은 방법(성공비결 등)을 말하고 토정이란 이지함 선생의 호이다.선생은 충남 서천군 한산이 고향으로 조선왕조 명종 및 선조(1517~78)때 학자이며 고려말 충신 3인 중 한분인 목은 이색의 6대손이다. 관직으로는 포천과 아산지역의 백성들이 청원과 천거를 조정에 상소하여 두 곳에서 현감을 지낸 역사적으로 입지전적인 인물이며 생전의 실력과 능력을 사후에야 조정으로부터 크게 인정받아 4단계 직급을 뛰어넘은 이조판서로 추증된 분이다.충남 아산 현감 재직시 아산만의 물이 해일로 넘칠 것을 미리 안 토정이 인근지역 백성들을 높은 지대로 신속히 피신시켜 수많은 생명을 구한 바 있으며, 현 관하에 걸인청을 신설, 정착지가 없는 걸인들을 구제하기도 한 기인 관리였다.

토정비결은 당시 중국에서 유행하던 여러가지 술서를 인용, 수리의 천재였던 토정이 집대성한 책으로 이곳 뉴욕에서도 누구든지 만세력책만 서점에서 구입하면 태세, 월건, 일진을 숫자적으로 풀어 1년의 길흉화복의 신수를 쉽게 볼 수 있는 책이다.이처럼 치밀한 수학 원리가 400년 전에 만들어졌다는데 기이하고 경탄할 뿐이다.

우주선이 날아 달나라 흙을 퍼오는 세상에 토정비결이 과연 정확히 맞는가를 따지는건 별 의미가 없다. 그러나 현재도 종로거리나 압구정동 사주 카페에는 비결을 얻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이 많다고 하니 어떻게 평가해야 하나. 아무쪼록 정해년 돼지띠 새해에는 미주지역 거주 한인 모두 토정비결을 안 보더라도 건강하고 매사 성취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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