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역사는 돌고 도는가

2007-01-2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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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찬(취재1부 부장대우)

지구만 도는 것이 아니다. 역사도 돌고 돈다. 그러나 한 사회가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돌고 돌아, 발전하지 못한다면 정말로 답답한 일이다.
지난 2003년 뉴욕한인회장 선거 당시 출입 기자로서 ‘한인회장은 우리에 무엇인가’라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은 글을 쓴 적이 있다.

“외형적으로 뉴욕 일대 45만동포를 대표하는 자리이며 밖으론 한인 커뮤니티의 대외 창구 역할을 한다. 내부적으로는 한인사회의 대소사를 챙기면서 좌장 역할을 해야 한다.아무나 하는 것도 아니다. 재력은 물론, 인맥도 있어야 하고 능력까지 있으면 금상첨화다. 한인회장을 한국의 정치판으로 가는 지름길로 인식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항간에서는 한인회장이
한국에서 차관급 대우를 받는다고 부러워한다. 임기 2년동안 한인사회 어디를 가도 상석에 앉을 수 있다. 중략.


이것 저것 욕심내다보면 매번 회장이 바뀔 때마다 또다시 정책이 바뀌고, 시행착오도 거치고, 한인회에 대한 무관심만 늘어간다. 한인회장이 ‘시스템’만은 만들었으면 한다. 이 시스템은 한인회의 재정적 독립과 업무의 연속성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맡아서 짧게는 5년, 길게봐서 10년을 한결같이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 지금 당장 아무리 좋은 10년 대계를 세워도 시스템없이는 또다시 2년 후 어떻게 될 지 모른다. 사무총장제를 도입하든, 회관의 독립채산제를 실시하든, 뭐든지 이번 임기안에 끝나지 않도록 장기적인 시스템을 만들어주길 바란다.”

한인회장의 의미와 역할에 대한 일반론적인 내용이다. 새로울 것도 없는 내용이지만 현재의 한인회에도 똑같은 얘기를 지적할 수 있을 것 같다.
이경로 뉴욕한인회장은 최근 뉴욕한국일보를 비난하는 내용의 한인회보를 내놓고 의기양양해하고 있는 것 같다. 임기를 불과 3개월정도 남겨놓고 10개월후에 있을 행사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참 말도 많다. 한인회가 코리안 퍼레이드를 운영할만한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한인회장을 앞으로 10년간 더 할 생각인가.

한인사회를 위한 시스템을 만들기보다, ‘한인회가 어떤 곳인데, 한인회장이 어떤 사람인데 감히 덤비냐’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동안 성숙해지지도 발전하지도 못하고, 제자리에서 돌고 있는 한인회의 모습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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