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시간은 돈이다

2007-01-1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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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철(목사/수필가)

“시간은 돈이다”(Time is Money)라는 말은 벤자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이 쓴 ‘청년에의 충고’라는 책에 인용된 후로 널리 알려진 말이다. 18세기 후반 미국의 계몽사상가이자 프라그마티즘(Pragmatism)의 비조로 알려진 사람이 극히 현대적인 명제를 다룬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물론 이 말의 근원은 멀리 디오게네스(Diogenes, 그리스의 철학자, 412-323 BC)시대로 소급해 올라간다. 그 시대에 ‘시간은 인간이 소비할 수 있는 것 중에서 가장 귀중한 것’이라는 말이 유행했다고 한다.
해가 바뀌게 되면 맨 먼저 하는 일 중의 하나가 새 달력을 벽에 거는 일일 것이다. 달력(Calendar)을 가리켜 ‘때’(시간)의 척도라고 하는데, 캘린더라는 말이 역사적으로 보아 금전과 관련되어 있음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라고 본다.


Calendar는 라틴어 Kalendarium에서 온 말인데, 로마에서는 원래 Kalendarium이 차금대장(借金臺帳)을 뜻하는 말이었다. 당시 꾼 돈의 이자는 매월 1회 Kalends에 지불하는 것이 통례였기 때문에 이러한 명칭이 생겨났다고 본다. 달의 첫번째 날을 Kalends라고 하는 데에는 또 다른 유래 하나가 있다. 매달 첫 날에 이자를 지불한다는 상업상의 관습은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의 일이다. 그리고 그 날이 되면 전문적인 통보자가 그것을 사람들에게 알려주곤 했었는데 그리스어의 ‘부른다’는 뜻의 Kalends가 첫 날을 가리키게 되었다.

이와 관련해서 달력이 나온 유래를 살펴보자. 태양력의 기원은 고대 이집트에서였다. 이집트는 이미 기원전 4000년 경부터 30일의 한달 12개월과 별도로 5일을 더한 1년 365일의 달력을 만들어 사용했던 것이다. 그 후 기원전 238년 도레미(Ptolemy) 왕조 시대에는 4년마다 366일의 윤년을 두는 것도 연구해냈다고 한다. 이것이 희랍에 전해지고 다시 로마가 이어받아 정확한 태양력의 기초를 이룩했던 것이다.

로마 초기에는 10개월의 달력이 사용돼 오다가 계절과 잘 맞지 않아 적당히 윤달을 넣어서 정정했던 것이다. 기원 전 713년경 누마왕은 마지막 달인 December(10월의 뜻) 다음에 January와 February를 더하여 1년을 12개월 355일로 했는데, 기원전 451년에 이르러 January를 1년의 첫 달로 고쳤으므로 8월의 뜻인 October가 10월로, 10월의 뜻인 December가 12월이 되는 등, 그 때까지 수에 맞추어 불렀던 달의 명칭이 2개월씩 후퇴하게 되었다.또 January의 어원이 된 Janus 신은 우연히도 쌍면신(雙面神)이었으므로 훗날에 가서 두 개의 얼굴이 각각 지나간 해와 오는 해를 보고 있다고 설명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개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달력과 계절에는 차이가 생겼으므로 기원전 45년 줄리어스 시저(Jullius Caesar)가 1년을 365일로 하는 달력을 만들었다. 이것이 소위 ‘줄리언 달력(Julian Calendar, 서양 구력)’이다.그리고 시저를 기념하는 뜻으로 그가 태어난 달인 7월을 ‘July’라고 고쳤으며, 다시 제 1대 로마 황제였던 아우구스투스 시대에 가서 그가 태어난 달인 8월을 ‘August’라고 개칭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리하여 줄리안 달력은 오래도록 사용되었으나 1572년 법왕 그리고리 시대에 이르러 ‘그레고리오 달력’(Gregorian Calendar, 서양 신력)이 채용되게 되었다. 이는 줄리언 달력의 윤년 배분을 보다 더 정확하게 한 것으로써 오늘날 전세계에서 통용되고 있는 달력이다.

새해가 되었다고 교회마다 각 기관마다에서 신년하례식 행사가 성대하게 치루어진 지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시간은 쉬임없이 흘러 정월의 중간을 지나고 있다. 한 번 가고나면 절대로 되돌아오지 않는 것이 시간인데 새해를 위하여 결단하고 작성한 인생 계획은 착오 없이 진행되고 있는지? 아니면 ‘작심삼일’격으로 벌써 흐지부지해지지나 않았는지?

돈 아까운 줄은 알면서도 돈보다 더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면서도 태연하게 살아가는 어리석음을 더 이상 연출하지 말기를 바라는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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