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치맛바람

2007-01-1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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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자(의사)

내가 다니는 미장원은 샤핑몰 안에 있는 남녀노소가 머리를 깎는 곳이다. 머리가 지저분하게 길어지면 예약도 없이 아무 때고 들리는 곳이다.대부분의 사람들은 편안한 운동복 옷차림이다. 그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드나들고 미국의 평범한 사람들을 대변하는 대화의 광장이기도 하다.

2007년의 새 해가 밝아오면서 벌써부터 대선을 향한 치맛바람이 불고 있다. 어느 한 중년 여자는 힐러리 상원의원의 날카로운 지성과 공격성, 추진력에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그녀를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 탄생시키는 역사의 분기점이 2008년이라고 기염을 토한다.


민초들의 풀 뿌리의 정치 당파 싸움이 이곳에도 벌어진다. 또 다른 여인은 힐러리 상원의원을 혐오하는데 그 이유는 이렇다.힐러리 상원의원은 올부라이트(Madeleine Albright)가 졸업한 웨슬리(Wellesley)대학에서 1969년 가장 우수한 성적의 학생인 졸업생 대표(Valedictorian)로 선출되었다. 졸업식에서 발표하려고 준비한 내용이 총장에게 논란의 여지가 있기 때문에 거절을 당할 것을 예상하여 다른 내용의 연설문을 제출하였다.그러나 막상 그녀가 대학 졸업식 학위 수여식에서 대표로 연설을 하게 되었는데 미리 총장에게 제출한 내용과는 다른 논란이 될 수 있는 연설문을 발표하였다고 한다. 그녀의 일관성 없는 부도덕성을 혹독하게 비난한다.

이런 터무니 없는 스캔들을 믿는 사람들이 있을까?그리고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거짓일까?정치판에서 살아 남으려면 방탄 조끼를 입고 전쟁판에서 날아다니는 인신공격의 탄알을 막아내야 한다. 그들은 갑옷과 투구를 입고 전장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는 투사들이니 이런 가벼운 스캔들 쯤은 가벼운 찰과상 조차 입지 않을 것이다.미용사가 머리를 자르고 손질이 끝날 때까지 그 여인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그러나 민초들 중에 입을 다물고 조용히 있던 여인이 입을 연다.당신들이 뿌리고 다니는 스캔들이 그들의 귀에까지 들리지 않을 것이니 너무 시끄럽게 열을 올리지 말라는 것이다.그러나 그들은 말을 멈추지 않는다.

다음 화살은 치맛바람을 몰고 온 60대 중반으로 하원의장으로 당선된 낸시 펠로시에게로 날아갔다. 무모한 이라크 전쟁에 대한 반전 캠페인을 중간선거 쟁점으로 민주당의 승리를 이끈 그녀의 단호한 전략과 지도력이 마음에 쏙 든다고 한다.그런데 정말 부시대통령이 물러난 후 누가 백악관 주인으로 등장할까?유능한 변호사에서 8년간 대통령 부인으로, 상원의원으로 질주하며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 오른다면 하고 상상해 보라.

백악관의 안주인이 안방에서 남자들만이 독차지했던 사랑방인 오벌 오피스로 옮겨가는 눈부신 변신이 아닌가?
만약 힐러리가 백악관 주인이 된다면 대통령 집무실에 들어가는 순간 남편의 성 추문의 아픈 기억이 잠시 그녀의 머리를 스쳐갈까?그러나 국가 임무 수행의 대통령 스케줄은 면도칼로 시간을 자르듯이 시간을 쪼개야 한다고 한다. 그러니 지난 날의 얼룩진 시간을 돌아볼 틈이 없을 것이다.
흑인인 배럭 오바마 상원의원이 2008년 대선에 출마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검은 돌풍이 불어닥치고 있다. 인종의 벽을 헐고 세대 교체의 거센 바람을 치맛바람이 잠재울 수 있을까? 누가 아는가. 또 다른 대선 후보들의 암초에 부딪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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