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누구를 위한 후원인가?

2007-01-1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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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호(취재1부 기자)

‘빛 좋은 개살구!’
지난 2006년 뉴욕주 의원들이 자신들의 지역구 내 비영리 단체에 지원한 정부 보조금이 8,500만 달러에 달한다는 본보의 보도<1월 10일자 A4면>가 나간 이후 전화를 걸어온 독자들의 일반적인 반응이다.

한인 사회 지도자들을 비롯 한인들의 정치력 신장을 외치는 한인들은 과거 정치인의 후원 행사마다 참가해 후원금을 전해 주고 한인 사회와의 유대관계를 강조해왔다. 일부 단체는 자체적인 한인 모금의 밤 행사를 열어 주류 정치인들에게 후원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공개된 2006년 뉴욕주 의원들의 정부 보조금 지급 내역을 살펴보면 한인 사회는 이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퀸즈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7명의 상원 의원이 무상 지원한 보조금 535만 1,000여 달러 중 공화당 의원인 프랭크 파다반 상원의원이 230만여 달러를 또 다른 공화당 소속 설핀 마티즈 상원의원이 200만여 달러를 각각 지역구 비영리 단체에 지원했다. 이들은 대부분 지역 사회 역사·교육 단체에 기금을 전달했으나 1만 달러 이상을 제공받은 단체 중 한인 단체의 이름은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이민자 커뮤니티를 지지기반으로 두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의 기금 지원 역시 마찬가지다. 민주당 조지 오노라토 상원의원은 퀸즈 이탈리안-아메리카 협회에 6만 1,000달러를 지원했고 한인 사회에 잘 알려진 존 사비니 상원의원도 퀸즈 도미니칸-아메리칸 협회에 8,000달러를 지원했다. 그러나 어느 정치인의 명단에서도 뉴욕지역 한인 비영리 단체의 보조금 지원 사실을 찾을 수 없었다.

후원금을 퍼주고도 정부 보조금 한 푼 조차 받지 못하는 한인 사회. 말로만 한인 사회의 대표자, 봉사자를 외치며 한인들의 주머니를 털어 정치인들에게 갖다 주는 한인들. 그들은 후원금을 전달하며 눈도장을 찍어 출세 기회로 삼는 것은 아닐까 싶다. 새해부터는 개인 차원이 아니라 한인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치적 후원이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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