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미지의 2007년도

2007-01-1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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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논설위원)

사람들 중에는 늘 과거에 매달려 사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오래전 당한 고통이나 상처에서 헤어나지 못하거나 권력, 혹은 명예로웠던 지난날의 삶에 대한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받은 상처가 너무 깊기 때문에, 아니면 내가 얼마나 풍요롭고 높은 자리에 있었는데... 하는 과거의 아픔이나 영화스러웠던 삶의 추억 속에서 늘 맴돌고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서 과연 미래에 대한 확신과 소망을 기대할 수 있을까? 이미 지나간 과거는 단지 사라져 간 세월, 또는 한가닥 추억에 불과할 뿐, 앞으로의 삶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런데도 이들은 대부분 과거에 얽매여 진취적인 삶을 살지 못하고 있다. 좋던, 싫던 우리는 과거 우리가 살던 조국을 이미 떠났으며, 그 것도 어느덧 세월이 흘러 벌써 2007년 새해의 첫 출발을 하고 있다. 과거의 불행했던 삶이 아니고, 누구보다도 화려했던 그 때 그 시절이 아니라 새로 다가온 날, 새 희망을 향한 새로운 삶인 것이다. 우리에게는 지금 미래를 향한 도전적인 삶만이 기다리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고통의 기억에 사로잡혀 있거나 그 어떤 지난날의 환상에 젖어있을 때가 아니다.


세상은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마이크로 소프트 회장 빌 게이츠의 말처럼 이제는 가정에서 조차 모든 시스템이 디지털화 시대가 멀지 않았는데 아직도 몇 십 년 전 소꿉장난 하던 시절의 망상이나 꿈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좀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앞으로 앞으로 달려 나가도 못 따라가는 게 요즈음의 세상이다. 옛날 옛 생각에 사로잡혀 머물 때가 아닌 것이다. 이제 새해가 시작됐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고 이미 모든 것이 꽉차있는 헌 부대에 담으려면 담기가 어렵다. 또 새 것들로 꽉 채우자면 부대를 깨끗이 비워야 한다.

어느 마라토너가 말하기를 “한참을 달리다 보니 함성이 들리고 그래서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저 앞에 결승점이 보이더군요.” 목표를 향해 달려 나가는 사람의 눈앞에는 과거가 보이지 않는다. 뜻이 있고 목적이 있는 사람에게는 오로지 앞이 있을 뿐이다.새해는 왔지만 우리는 지금 아무 것도 모르고, 또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미지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그 길이 험할지 순탄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냥 걸어갈 뿐이다. 열심히 한 발 한 발
걸어가다 보면 무엇이 분명 있겠지, 분명 되겠지 하는 믿음과 바램으로 단지 걸어갈 뿐이다.

새 것을 추구하는 마음은 모든 시대, 많은 사람들의 공통된 마음이다. 오늘의 새 사람은 벌써 내일의 옛 사람이 되고 오늘의 새 물건은 내일의 옛 물건이 되고 만다. 그래서 성경에서도 “해 아래서는 새 것이 없다”고 하였다. 묵은 달력을 떼어내고 새 것을 걸었어도 진정한 새해, 새날은 없는 것이다. 진정한 새해란 시간적인 새 것, 질적인 새 것이 되어질 때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도 과거의 삶의 모습과 똑같이 살아가고 있다면 아무리 새해를 맞이한들 그 사람은 새로운 시간을 맞이한 것이 아니다. 진정한 새날을 맞이함은 우리의 삶이 변화되어 달라져야 하는 것이다. 마치 신앙인이 연륜이 깊은데도 어린아이와 같은 믿음으로 성숙되지 않고 변화되지 않는다면 이는 진정한 신앙인이라고 할 수 없다.

CEO가 되는 유명한 책 ‘Lessons from the top’에 보면 50명의 CEO를 연구해 보니까 공통점이 하나 있다고 한다. 그 것은 어렸을 때부터 그들의 살아온 삶을 보면 모두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누구를 미워하고 증오하고 분하고, 그래서 원수를 갚고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는 새로운 아이디어나 창의력이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대단히 중요한 말이라고 본다.부정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은 99%의 유익보다 1%의 부정적인 면만을 본다. 이것은 살고자 하는 길이 아니라 죽음에 이르는 길이다. 남녀노소 누구를 막론하고 인간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밑천은 시간이다. 미지의 2007년 한 해도 우리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졌다. 어떠한 결실을 맺는 가는 바로 우리 자신의 마음자세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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