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플러싱한인회장 선거를 마치고

2007-01-0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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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민(제21대 플러싱한인회장 선거관리위원장)

제21대 플러싱 한인회장 선거가 막을 내렸다. 세상만사가 그렇듯 경쟁에는 승자와 패자가 있기 마련이다. 승리한 후보에게는 진심어린 축하와 성원을, 그리고 패배한 후보에게는 가슴 깊은 위로와 격려를 보내고 싶다. 특별히, 선거기간 동안 협조해준 두 후보측과 신뢰와 믿음으로 성원했던 플러싱 한인동포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법정공방과 파행으로 얼룩졌었고 자칫 동포사회의 분열과 불신을 가져올 수 있었던 선거였기에 선거관리 기간 동안 막중한 책임과 부담감을 느꼈었다. 주변 지인들의 염려섞인 만류도 많이 받았었다. 하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법과 원칙과 상식을 존중하는 가운데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 선거를 관리해 나가면 한번 해볼만 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설사 젊음에서 우러나오는 무모함이라 할지라도 척박한 한인 이민사회에 변화와 희망의 화두를 던지고 싶었다.


지난 12월 11일 열린공간에서 첫 모임을 갖고 선거관리위원회의 공식일정이 시작되었다. 선거 당일까지는 16일여 정도 남아있었다. 서로 다른 후보 진영에서 추천된 선관위원들과 아무런 잡음 없이 공정하고 원활하게 선거업무를 추진해 나가기에는 조금 촉박한 시점이었다. 숨을 고를 겨를도 없이 산적한 난제들을 풀어야 했고, 급히 추진해야 할 일들을 진행시켜야 한다.다행히, 선관위원들은 식어버린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며 몇시간이고 지속된 회의에 끝까지 참석하며 협조해 주었다. 각 언론사 기자들도 이런 선관위의 노력을 격려하며 기사와 인터뷰 등을 통해 정론을 전달하려고 애쓰고 선거의 관심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감당해 주었다.

플러싱 뿐만 아니라 뉴욕에 거주하는 모든 한인들은 플러싱 한인회장 선거에 이목을 집중하며 선관위의 활동에 차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12월 26일에 있었던 양 후보간의 소견발표회를 성공리에 마치며 차츰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조금 과열된 선거운동으로 신경을 곤두세우기도 하고, 양 후보측의 불만과 제안을 수용하느라 조금은 지치기도 했다. 선거 준비가 끝나가던 선거 전날 밤 열린공간에서 투표함과 투표소를 설치하며 성공적으로 선거가 마감되기를 마음속 깊이 염원할 수밖에 없었다.

기대 반 우려 반 속에 투표가 시작되었다. 다행히,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 투표 행렬은 점심시간을 지나면서 투표장 밖까지 긴 줄을 형성할 정도로 끊임없이 이어졌다. 한국과 미국을 통틀어 처음 투표해 본다는 중년의 신사분, 노령의 몸을 이끌고 한 표를 행사하던 94세 할머니, 부모님과 함께 투표장을 찾았던 조금은 애띤 얼굴의 젊은 청년에 이르기까지 투표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각양각색이었다. 하지만 플러싱 한인사회를 대표할 적임자를 뽑아야 한다는 신념과 열의는 매한가지였다.

점심시간을 지나면서 조금 한가해지던 투표 행렬은 다시 저녁나절에 이르면서 분주해지기 시작하더니 투표 마감시간까지 길게 이어졌다. 밤 9시 정각에 투표가 마감되고 선관위원들은 각 후보 진영의 참관인 입회 하에 개표를 시작하였다. 총 1,441명이라는 경이적인 투표 수를 기록한 선거에서 개표에 임하는 선관위원들의 얼굴에는 자뭇 진지함과 기쁨의 기색이 역력히 드러났다.

개표가 끝나고 당선자가 발표되었다. 그렇게 한 편의 드라마 같았던 선거가 끝이 났다.혹자는 이번 선거를 축제에 비유하기도 했다. 이민생활에 지친 한인들에게 선거기간 동안 긴박한 흥분을 제공했으며 자신감과 긍지를 갖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혹자는 이번 선거를 통해 한인 이민사에도 모델이 될만한 새로운 선거문화를 만들었다는 과분한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급하게 선거를 진행하느라 미흡한 점도, 또 앞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도 상당수 눈에 띤다. 또한 이번 선거에 잘된 것이 있고 칭찬받을 만한 일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 모두의 공으로 돌리고 싶다. 마찬가지로 앞으로 제 21대 플러싱 한인회가 동포들의 기대에 부응하여 봉사하며 일하는 한인회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격려하는 것도 우리 모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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