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글을 읽고 용기를 얻어

2007-01-0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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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목회학박사)

1997년 1월부터 첫 칼럼을 쓰기 시작한지 만 10년이 되었다. 그동안 칼럼을 쓰면서 독자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글을 써 조금이나마 고달픈 이민 생활에 보탬과 힘을 주려고 노력했었다. 그리고 스스로의 글을 통해 자신의 삶을 반성하고 그 반성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려 하였다.
‘칼럼’이라는 명제에 걸맞지 않은 나름대로의 생각이었다.
10년 동안의 글을 통해 얼마나 많은 동포들이 글을 읽고 용기를 얻어 삶을 윤택한 쪽으로 이끌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단 한 사람이라도 글을 통해 삶이 변화 받아 더 나은 이민생활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면 그 것으로 족하다. 한 사람의 영혼이 우주보다도 더 귀하고 천금을 주
고도 살 수 없는 생명을 가진 존재이기에 그렇다.

반면 단 한 줄의 글에라도 마음에 상처를 얻은 사람이 있다면 이 지면을 통해 사과를 드린다. 10년 동안 많은 사람들이 칼럼을 보고 질책도 해 왔고 칭찬도 보내 주었다. 그런 독자들 가운데는 “글의 스타일이 물에 물탄 것 같다”는 질책도 보내준 분이 있다. 어떤 형태의 질책이든 그들이 글을 읽은 후 보내 준 독려이기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글을 쓰기 시작한지는 오래 됐다. 중학교 때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했으니 그렇다. 그 때 이후에 썼던 일기장들이 아직도 수북이 쌓여 있다.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그런 글을 매 주 쓸 수 있냐?”고 질문해 올 때가 있다. 그러면 “글은 하루아침에 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해 준다.


글이란 쓰는 사람의 생각과 삶의 경험들이 축적돼 담겨져 나오는 표현의 통로이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글을 쓴다는 것은 고도의 기술에 속한다. 기술 중에서도 아주 오랜 세월동안 많은 연습을 필요로 하는 기술에 속한다. 한 줄의 표현이라도 자신의 생각을 글을 통해 담아내려면 그게 그렇게 쉽지 않다. 왜냐하면 글은, 읽게 될 상대방에게 분명한 뜻을 전달해야하는 것이 글을 쓰는 목적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글에는 좋은 글이 있다. 좋은 글은, 읽는 사람들의 마음을 감동시킨다. 그 감동은 곧바로 실행으로 옮길 수 있는 힘을 갖게 해준다. 그러기에 좋은 글들이 적힌 좋은 책들은 그 책을 읽는 사람들의 생을 긍정적이고 좋은 쪽으로 전환시켜주는 가교의 역할을 한다. 좋은 글을 쓰려면 그만큼 쓰는 사람의 노력이 피땀으로 얼룩 되어 진다.

좋은 글을 쓰려면 많은 책을 읽어야 한다. 특히 고전을 많이 읽어야 한다. 다행으로 중학교 시절, 대학에 다니는 형과 함께 한 방을 쓰게 된 적이 있었다. 그 때 철학적 책을 많이 읽었다.
형이 가지고 있던 책을 거의 다 읽은 것 같다. 그리고 많은 고전을 읽었다. 고전 중에서도 성경과 불경과 노자와 장자 등은 반복해 수없이 읽고 지금도 읽고 있다.고전이란 수천 년이 흘러도 변함없이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받아 읽히어지고 있는 책들이다. 그 책 속에 담긴 글들에는 지식보다는 삶의 지혜를 안겨주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영어단어를 암기하고 수학공식을 풀어내는 것은 지식이다. 삶의 두 갈래길이 앞에 나타났을 때 어느 쪽으로 가야할지를 판단하게 해주는 결단을 내리게 하는 것은 지혜다.

지식이 많은 자 보다는 지혜가 많은 자들이 보통의 삶을 더 잘 살아갈 수 있다. 전에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대학과 대학원을 나온 젊은 박사는 지식은 많다. 하지만, 초등학교도 나오지 못한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은 축적된 삶의 경험을 통한 지혜가 많다. 젊은 박사라고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무시할 수 있나. 아니다. 그럴 순 없다.

글은 축적된 생각과 삶의 경험의 문자적 표현이다. 글을 쓰려면 글을 쓰는 사람이 논리적이어야 한다. 특히, 신문지상과 같은 지면을 통해 많은 독자들에게 읽히어지게 될 글을 쓰려면 주관성을 겸비한 객관성과 보편성이 요구된다. 지나친 편견이나 아집의 글이 아닌 합리적이고 일관성이 있는 글이 되어야 한다.

한 마디의 말은 뱉어도 공중에 흩날릴 수 있다. 그러나 말이라고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말이 씨가 되어 사람의 생을 망칠 수도 있기에 그렇다. 글의 힘은 더하다. 글이 담긴 책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이 변화되고 좋은 생을 살아감을 본다. 가장 좋은 예가 성경이다. 불경이다. 이런 책
들이 반드시 경전(經典)이라 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그 안에 인간이, 인생이 짊어지고 가야할 삶의 지혜들이 수없이 널려 있기 때문이다. 칼럼을 쓰기 시작한지 만 10년이 되는 때다. 시사성 보다는 삶의 애환들을 그린 글들이 많았다. 더 좋은 글을 전해주려 더 노력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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