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뉴욕한인회는 개인 회사인가

2007-01-0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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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원(취재1부 부장대우)

기자들에게 ‘취재를 다니면서 가장 당혹스러울 때가 언제냐’고 물어보면 10명 중 9명은 ‘범죄 사건을 비롯해 좋지 않은 일들과 관련된 당사자들을 인터뷰할 때’라고 말하지 않을까싶다. 기자의 임무를 생각한다면 하나라도 더 많은 정보를 캐내야 하지만 안 좋은 일들에 연루된 당사자들이 자신들의 명예나 신상이 약간이라도 실추될 수 있는 정보를 언론에 누설하기 싫은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이 ‘죄송하지만 인터뷰 요청에 응할 수 없습니다’라고 얘기하면 이를 존중해 주는 것이 언론이라는 업계의 에티켓이다.

뉴욕한인회가 4일 밤 뉴욕한국일보에 대한 ‘취재거부’를 발표했다.
한인회는 “뉴욕한국일보가 뉴욕한인회장을 비난, 여론을 왜곡했다”라는 명목으로 한국일보에 대한 취재거부 조치를 해명하고 있다. 이경로 뉴욕한인회장은 한국일보 취재거부안이 이사회에서 통과된 직후, 당시 자리에 있던 한국일보 기자에게 ‘당신 빨리 나가’라고 소리를 지르며 몰지각한 행동을 했다고 한다. 이 회장은 맨하탄 브로드웨이에서 액세서리 도매를 운영하며 한인사회에 몸담기 시작하여 경제인협회에서 활동하면서 넓힌 영역으로 김대중 대통령 임기 당시인 지난 2002년 민주당의 청년 조직인 ‘새시대정치연합청년회’(연청)의 뉴욕지구회장으로 임명됐었다. 또한 같은 해 가을에는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위한 뉴욕후원회의 회원으로도 활동한 바 있다. 그리고 지난 2년 전 경쟁자 없이 단독으로 출마, 제 29대 뉴욕한인회장직에 앉게 됐다.


이처럼 그동안 다방면에서 골고루 활동하며 나름대로 사회적인 지식과 노하우를 축적했을 것으로 생각되는 이 회장이 한 언론사가 자신의 잘못을 지적하는 기사를 썼다고 해서 ‘뉴욕한인회’라는 범동포적인 단체를 빌려 기자를 공식석상에서 퇴출시켰다는 사실에 대해 커다란 실망감을 느낀다.

한인회는 이 회장의 개인적인 사유물이 아니다. 개인의 사생활이 아닌 뉴욕한인회장을 취재하는 기자와 언론사에게 ‘한인회 출입을 거부하오’라며 마치 한 회사의 사장이 소리치듯이 호통을 치는 이 회장의 태도는 참으로 개탄스럽다.
이 회장은 지난 3일 신년 하례식에서 “동포 사회 발전을 위해 뉴욕한인회 집행부가 최선봉에 서겠습니다”라며 호언장담했다. 한인회 출입기자의 취재를 거부하는 한인회장의 행동이 과연 동포 사회의 발전을 위한 것인가 곰곰이 생각해보고 또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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