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황금돼지의 해

2007-01-0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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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영(주필)

2007년 정해년이 되면서 올해가 600년만에 돌아오는 황금돼지의 해라고 하여 떠들썩하다.

돼지는 부와 복을 상징하므로 돼지 해를 재운과 행운의 해로 여기는데 600년만에 한번 있는 황금돼지의 해라니 그야말로 어느 누구에게도 재물과 복이 철철 넘치는 새 해를 맞아 흥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황금돼지의 모형, 키 체인, 저금통 등이 선물가게와 인터넷을 통해 불티나게 팔렸고, 황금돼지 해에 태어난 아이는 부자가 된다고 하여 임산부들이 출산일자를 미루고 산후조리원의 예약 러시, 유아용품의 특수 현상 등 진풍경을 이루고 업계마다 황금돼지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 이 황금돼지의 해는 근거 없는 낭설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역술가들에 따르면 지금까지 황금돼지의 해라는 말은 없었고 정해년은 돼지 해 중에서도 60년만에 한 번씩 돌아오는 붉은 돼지의 해라는 것이다. 정해년의 ‘정’은 난로에서 타오르는 불을 말하는데 그 불의 색깔이 붉은색이므로 정해년이 붉은 돼지의 해라는 것이다. 붉은 돼지의 해는 불이 활활 타오르듯 기운이 넘쳐 집안과 사업이 번창한다는 속설이 있다. 이 붉은 돼지의 해가 황금돼지의 해로 둔갑한 것은 중국에서 급조된 것으로 보이며 다분히 장사속으로 유포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는 것이다.황금돼지든 붉은돼지든 모두 돼지가 부와 복을 준다는 인식에서 나온 것이다. 한국인들은 돼지꿈을 꾸면 복권에 당첨되는 것과 같이 횡재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돼지 해는 재물이 왕성한 해가 되고 돼지띠는 재운이 있다고 믿게 되었다. 당사주에도 돼지가 건강과 장수를 상징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돼지만 붙잡고 있으면 건강하고 장수하고 재물을 많이 벌어 부자가 될 수 있는가. 그렇다고 한다면 돼지띠는 가난한 사람이 없어야 하고 돼지 해에는 모두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새해는 황금돼지 해가 아니더라도 붉은돼지 해이니 너도 부자가 되고 나도 부자가 된다는 말이
다. 이 얼마나 생각만 해도 즐거운 일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결코 그렇지는 않으니 어찌된 일인가.성경에 “믿음은 바라는 것의 실상”이란 말이 있고 또 “너의 믿음대로 되리라”는 말도 있다. 돼지가 재복과 행운이라는 생각이 오래동안 전해지면서 개인적인 믿음으로 각인되어 돼지가 부자를 연상케 했고 돼지 해, 돼지띠가 부자가 된다는 믿음을 굳게 가지게 되면서 그 믿음대로 되기도하는 현상이라고 해석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돼지를 재복과 행운이라고 믿고 믿음을 굳게 하기만 하면 돼지 해, 돼지띠가 부자가 되는가. 그것은 결코 아니다. 아무리 큰 믿음을 가져도 그 믿음을 믿고 믿음을 이루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을 경우에는 아무 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돼지보다도 더 확실한 특정 경제상태에서 부자가 되고 못되는 경우를 보면 이런 원리를 더 확연히 알 수 있다.
경제 상태가 호경기일 때는 대부분의 사업이 잘 되어 개인생활이 윤택해지고 저축도 많이 할 수 있게 된다. 반대로 불경기일 때는 대부분 사업이 잘 안 되어서 개인의 경제상태가 어렵게 된다. 그러나 호경기라고 해서 모든 사업이나 경제상태가 좋아지고 불경기라고 해서 모든 사업이나 경제상태가 나빠지는 것은 아니다.

호경기일 때도 시류에 맞지 않는 사업을 하거나 일을 게을리할 경우 망하는 수가 있으며 불경기일 때도 특출한 아이디어로 품목을 잘 선택하거나 마케팅 방법을 잘 쓰고 열심히 노력하면 사업을 크게 성장시킬 수가 있다. 하물며 돼지 해가 뭔데, 거저 부자가 되고 행운이 올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는가.그러나 돼지 해인 올해 누구나 부자가 되고 잘 살 수 있는 방법은 있다. 돼지가 복을 준다는 믿음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돼지 해가 재운과 행운의 해가 될 것이다. 올해 정해년이 600년만의 황금돼지의 해이다, 아니다, 또는 60년만의 붉은 돼지의 해이다, 아니다 하는 것은 논란의 대상이 아니다. 각자가 하기에 따라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이제 우리는 정해년 새해를 열심히 살아 나의 붉은돼지의 해, 아니 600년만에 한번 온다는 황금돼지의 해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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