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책임있는 행동

2007-01-0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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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재 연 (뉴욕가정상담소 청소년 프로그램 디렉터)

보통 한국사람들이 어떤 가정에서 폭력이 발생했다고 이야기하면 대부분 남성들의 반응은 “여자가 얼마나 긁었으면 남자가 그래!”라든지 “여자가 맞을 짓을 했나보지”라는 반응이 많다. 또 더더욱 같은 여성으로서 또 한 인간의 존엄성을 중요시 생각하는 개인으로서 나를 매우 놀라게 하는 젊은 여성들 또한 이런 반응에 동의한다는 점이다.

여기서 잠시 이러한 한국인들의 반응들에 대해서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만약 어떤 사람이 나에게 이유없이 마구 욕을 퍼부으며 달려들 때 내가 너무 화가 난 나머지 그 사람을 때렸다면 과연 나의 행동을 정당화시킬 수 있을까? 아무리 상대방이 나를 화나게 했어도 나의 폭력적인 행동은 누가 봐도 정당화 될 수 없는 행동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하는 이러한 난폭하고 폭력적인 행동들이 왜 부부관계에서 또는 가까운 연인이나 부모 형제 관계에서 일어날 때 허용이 되고 용납이 되며 더 나아가 한국문화 속에서 정당성을 요구하는 걸까?


우리는 먼저 이런 폭력적인 관계가 피해자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때리는 배우자들을 둔 사람들은 왜 이 관계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고 생각하는가?대부분의 사람들은 ‘폭력’을 쓰는 가해자들은 그들이 화가 나서 그런 폭력적인 행동을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우리의 생각은 오산이다. 때리는 사람들은 배우자에게 화를 내면서 공포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그 공포를 써서 배우자를 힘으로 눌러 지배하려고 한다. 이런 관계
에서 때리는 사람은 여러가지 전술을 사용하여 권력을 손에 넣고 배우자를 지배하려고 한다. 화를 내는 행위는 권력을 휘두르려는 한 가지의 방법일 뿐이다.

이밖에도 배우자에게 아이를 잘못 키웠다고 원망하거나, 배우자의 부모나 형제들을 죽이겠다고 협박하거나 모든 일의 결과는 배우자 탓이라고 말하며 자기의 책임을 부정하고 회피한다. 또한 관계 안에서 주도권을 잡고 배우자를 위협하고 협박을 하며 고립된 일상생활을 강요한다.이런 여러가지 잘못된 지배 행위로 인하여 피해자가 나타내는 증상은 다양하다. 두려움과 공포에 떨며 우울증 증세를 보이기도 하고, 노여움과 불신, 수치심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생활들을 하게 된다. 또한 낮은 자존감을 갖고 있어서 늘 주눅이 들어있고 성적 장애를 보이기도 하며 조그마한 일에도 깜짝 깜짝 놀라거나 악몽에 시달리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다 보면 결국 자가능력에 혼동이 생기고 본인의 상황들에 대해 회피하면서 자신의 위험한 상황을 최소화 한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이 피해자들은 점점 홀로 고립된 생활들을 하고 지긋지긋하게 느껴지는 폭력적인 관계에서도 빠져나올 생각 조차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여기서 우리는 우리의 생각들과 행동들에 대한 각 개인들의 책임에 대해 이해할 필요성이 있다. 과연 배우자를 때리는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부여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보통 배우자를 때리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특성들 중 하나가 그들의 행동이나 감정에 대해 책임 회피를 한다는 점이다. 때리는 사람들은 그들의 난폭한 행동의 책임에 대해서 말하기 싫어하며 자신의 폭력적인 행동에 대한 원인은 내가 아닌 상대방에게 있다고 믿는다. 즉, 그들이 화가 난 것도, 화를 나게 만든 것도 배우자가 제공했으며 그로 인한 학대는 당연한 결과라고 믿는다.하지만 우리 모두가 기억해야 될 점은 각각의 개인은 내 감정과 생각과 행동들을 모두 나의 소유 아래 내가 결정하고 또 때로는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마치 아직도 어린아이인양 모든 책임을 남에게로 돌리는 일은 이제 그만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아무리 화가 나도 때리면 ‘아프다’라는 점을 우리는 항상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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