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서로 서로 서로 사랑하라

2007-01-0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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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논설위원)

2007년 돼지해 새해가 밝았다. 지구촌 곳곳이 어둡지만 그래도 희망의 메시지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지난해는 연말까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이 어둡고도 침울한 뉴스들이 줄을 이었다. 물론, 좋은 소식도 적지 않았다. 한인사회도 아름다운 이야기가 많이 있었지만 한편에서 기존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시끄러움과 잡음도 있었다. 그 것은 모두 근본을 잊어버리고 상대방을 인정하며 존중하는 마음이 없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우리는 흔히 ‘서로’라는 말을 쓴다. 이는 본인 자신과 상대방을 두고 일컫는 말로서 일인칭의 나 또는 이인칭의 너, 그리고 삼인칭의 그 것, 그들과의 관계성을 나타낼 때 사용되는 말이다. 따라서 서로란 자신과 상대방의 책임과 약속을 의미하고 있다.
한문에 사람 ‘인(人)자의 의미는 막대기 하나를 다른 막대기가 받쳐주는 모양이다. 그러므로 인간이란 서로 의존되는 관계로 서로의 관계성 속에 살아야 할 존재인 것이다.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라고 말하였다. 성경에 보면 신이 인간을 창조할 때 남자인 아담을 만들고 여자인 이브를 만들 때 서로 돕고 사는 존재가 되기 위해 창조하였다고 하였다.


이렇듯 우리는 ‘홀로의 삶’이 아닌 ‘더불어의 삶’에 놓여있는 존재이다. 그래서 서로라는 단어의 의미를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기적인 삶을 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는 대부분 ‘나 중심’의 사고에 젖어 사는 경향이 있다.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지혜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있다. 더욱이 미국과 같은 다인종 다문화의 사회에서 살면서 말이다. 그래서 지녀야 할 것이 서로라는 의식일 것이다. 한쪽의 일방적인 요구나 주장, 나 자신의 만족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본인 자신과 상대방 모두가 만족과 기쁨을 얻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째, 끈끈한 서로 의식이 있어야 한다. 서로 의식을 지닌다는 것은 상대방을 인정하며 사랑하면서 사는 것이다. 가정에서 부부가 서로 사랑하고 부모와 자식이 서로 사랑하는 일, 우리의 속한 직장, 혹은 단체에서 서로 사랑하는 일이다. 사랑은 허다한 허물을 덮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럼에도 우리가 그렇지 못해 아픔과 상처가 있는 가정과 공동체가 되는 것이다.

둘째, 서로의식이란 격려하며 사는 것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책의 제목처럼 칭찬과 격려는 상대방과 본인으로 하여금 살맛나게 하는 일이다. 사람은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다. 가정이나 학교나 어떤 공동체 안에 있으면서 자신이 용납되고 인정받기
를 누구나 원하고 있다.

셋째, 서로 봉사하며 사는 것이다. 봉사란 섬김이다. 섬긴다는 것은 군림이 아닌 것이다. 새해에는 모든 한인단체나 가정, 직장의 모든 사람들이 서로 서로 봉사하는 마음을 지니고 이 사회에 봉사하는 한인 상을 심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겠다. 그것은 즉, 행동적 사랑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행동적 사랑이란 말로만의 사랑이 아닌, 사랑하는 자의 필요한 부분을 내가 직접 채워주는 것이다. 서로란 말은 공동체에 속해있는 존재이다. 우리는 내 것이 아닌 것을 내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재산도, 명예도, 건강도, 시간도, 생명도 사실은 내 것이 아닌 것이다. 단지 주어진 것이요, 위탁을 받은 것뿐이다. 오늘이 나의 마지막 날이라고 한다면 내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내 손에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설사 지금 내 손에 있다 하더라도 그 모든 것이 진정 내 것이 되겠는가?

최근 한국에서 유행되는 말로 ‘있을 때 잘해’ 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TV드라마의 제목인데 건강도 있을 때, 물질도, 생명도, 그리고 부부도, 가족도 옆에 있을 때, 잘해야 된다는 의미로 그 제목을 지었으리라 생각한다.이제 2007년도를 새롭게 맞이하는 이 시점에 우리 모두는 서로라는 의식을 가지고 서로 서로 사랑과 격려, 남을 위해 수고하는 봉사적 정신으로 행복한 한 해가 되기를 소원한다. 있을 때 더 헌신하고, 아끼고 또 사랑하기를 희망한다. 또한 돼지처럼 유순하고 과묵한, 그래서 복을 받는 그런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서로 서로 서로 사랑하라’를 제하로 한 한 목회자의 설교제목이 특별히 생각나는 새해 벽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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