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조선족 동포회 4대 회장선거에 관해

2007-01-0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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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열(조선족)

이제는 조선족 사회에서의 민주주의도 정말 많이 발전하여 지금은 모든 양식을 다 갖춘 선거를 한다는 데서 대단히 고무적이고 자긍심도 한층 높아졌다.지난 주 ‘전미 조선족동포회 회장선거 시작’이라는 기사를 보고 몇 가지 소감을 적는다.첫번째는 선관위 구성에 관한 생각이다. 선관위란 어찌보면 두 가지 면에서 자기의 기능을 가지고 있지 않나 싶다. 우선 하나는 물론 공정한 선거를 치르기 위한 구체적인 장치일 것이다. 다음 하나는 아마도 “우리는 이처럼 공정한 선거를 치루고 있습니다” 하는 것을 대내외에 알리고 표방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그런데 이번 선관위의 구성인원들을 보면 전미조선족협회에서는 특히 선관위의 두번째 기능면에 초점이 더 맞춰졌지 않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왜냐하면 한국 커뮤니티의 대표격으로 K 전 뉴욕한인회장과 중국 커뮤니티 대표로 황저초우 뉴욕 중국인 연식회의 명예회장을, 이렇게 한-중 커뮤니티에서 한 사람씩을 선출하므로 한국과 중국 커뮤니티의 관계를 과시하려는 의도로 비쳐지고 있다.그런데 이렇게 “각 계층의 원로들을 모셔놓고 공정한 선거를 치릅니다” 하고 목청을 돋우지만 허전한 생각이 많이 든다. 어찌된 일인가? 남의 집의 어른들까지 깍듯이 모시는 자리에 왜
자기집의 어른은 빼놓는가이다. 전미조선족동포회의에 고문이고 전미조선족동포회의 초대회장은 왜 선관위에서 빠졌는가이다.


그들은 조선족 커뮤니티의 매 행사마다 적극 후원하고 뒤에서 말없이 밀어주고 있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인데 그에게는 가타부타 아무 얘기도 없었다. 상징적인 의미를 논하고 조선족 커뮤니티의 공헌도를 논하고 또 조선족사회의 내막을 알고 있는 정도를 논해도 그 분 만큼 합당하고 자격있는 사람이 선관위로 구성된 9명 중에도 없는 듯 싶다(물론 내 생각이지만).두번째는, 회장 입후보자의 자격에 관한 생각이다. 거기에 보면 “후보 자격은 3년이상 동포회 회원 자격을 유지했고 동포사회 사업과 활동에 적극 참여한 조선족 동포이어야 한다. 노동허가 또는 영주권 시민권 소지자로 미국내 합법체류 신분을 갖고 있고 미국 법을 위반하지 않아야
출마자격이 주어진다.

공탁금은 3,000달러”라고 표시되어 있다. 협회가 창립된지 6년 밖에 안됐는데 3년간이나 협회에 몸담았던 사람, 그리고 조선족의 이민 역사가 10여년밖에 안되는 마당에 신분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참고로 한인회 회장 자격은 영주권자나 시민권자이다. 그렇지만 그들의 이민역사는 100년이 넘는다. 우리의 이민역사는 고작 10여년).
그 중에서 이민을 목적으로 정치망명으로 신분을 딴 사람들을 또 빼면 이 안에 드는 사람이 몇명이나 되겠는가(정치망명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신분이 중국 커뮤니티와의 활발한 교류에 장애가 될 수 있기에 하는 말). 여기에 부합되는 사람은 정말로 몇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는 숫자가 아닌가? 그렇다면 자기네끼리 해먹고 또 해먹겠다는 속셈이 아닌가?
항간에 현 회장이 회장을 또 하려 한다는 말이 있다. 자격이 되어서 또 하겠다는 것을 누가 말리겠는가. 다만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자격이 되어서 하는 것은 일종의 자랑이고 영광이다. 울타리를 쳐놓고 문을 닫아걸고 선거를 하지 말자는 말이다.

세번째는, 선거 권한 문제인데 민주주의를 표방하려면 제대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왜 이사회 인원들만 투표할 수 있는가. 뜻있는 사람들은 다 투표할 수 있어야 한다. 플러싱한인회장 선거에서도 우리에게 투표 권한을 주었는데(뉴욕한인회에서는 기존에 있던 우리의 뉴욕한인회장 선거권을 빼앗아 갔지만) 우리의 조선족 회장을 선거하는데 우리 조선족한테 조차 투표권이 없다면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이것도 선거라 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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