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국화의 저주’(Curse of the Golden Flower)★★★

2006-12-2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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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 말기 사악한 궁중음모극

허풍 심한 대륙인 중국 사람들의 특징을 보는 것 같은 궁중음모 드라마로 모든 것이 지나치고 과장됐다.
장이모 감독에 주윤발과 공리가 나오나 배우 등은 미스 캐스팅이고 연출은 헛바람으로 가득 찼다. 궁중 내 왕가의 음모와 내분을 그린 셰익스피어극 흉내를 낸 드라마인데 영화의 상당 부분이 궁내에서 전개돼 협소감을 느끼게 된다. 이런 협소감은 인물들이 입은 엄청난 의상의 무게 때문에 숨이 막힐 정도다.
928년 당조 말기. 사악하고 잔인한 황제(주윤발)는 아내(공리)와 남이다시피 한 관계. 이들에게는 세 아들이 있는데 장자 완(리우 예)은 황제의 전처의 딸 아들로 현 황후의 정부. 완은 왕권에는 마음이 없고 궁중의사의 딸 찬(리 만)과 줄행랑을 놓을 계획. 황후가 낳은 둘째 아들 자이(제이 추)가 진짜 황제감이고 어린 셋째 유(퀸 준지)는 부모 비위 맞추느라 주눅이 들었다.
처음에 황제와 자이가 전쟁에 나갔다 3년만에 귀향하면서 음모와 반음모가 계속되는 드라마가 시작된다. 음모의 본질은 황제가 아내를 광인으로 만들려고 의사를 시켜 페르샤산 버섯을 섞은 약을 계속 먹이는 것. 황후는 이런 음모를 황제의 전처이자 궁중 의사의 현 아내로 찬의 어머니인 복면을 한 여인으로부터 알아낸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왜 황제가 그렇게 죽이도록 아내를 미워하는지 아무 설명이 없어 플롯이 억지처럼 여겨진다.
클라이맥스는 국화제가 열리는 궁중의 넓은 마당에서 벌어지는 황군 대 어머니를 살리려고 반역자가 된 자이가 이끄는 반군간의 대규모 전투. 그런데 장이모는 여기서 컴퓨터를 사용해 터무니없이 많은 군인들을 축소 장난감처럼 만들어낸 뒤 요란하게 전투 신을 꾸몄는데 장난 같기만 하다. 가장 멋있는 장면은 황제의 사조직 군대인 복면을 한 군인들이 밧줄을 타고 하늘에서 뚝 떨어지다시피 하강하며 인간들을 살해하는 것. 그러나 이것도 믿어지질 않는다. 주윤발이 공연히 얼굴을 실룩이며 과장된 연기를 하고 공리는 식은땀만 흘리다 끝난다. 세트는 좋다. 장이모는 소품 솜씨가 더 낫다.
HSPACE=5

<당황제(오른쪽부터)와 그가 미워하는 아내 그리고 둘째아들>

R. Sony Pictures Clasics. 아크라이트, 모니카 플레이하우스 7 (626-844-6500)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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