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에이전트 일기 옴니태스킹

2006-10-2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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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모두가 퇴근한 후 밤늦게까지 일할 경우가 있다. 일을 하다가 머리를 식히려고 텅 빈 사무실을 거닐면서 여러 에이전트의 책상을 보게 된다. 어떤 책상은 일을 하다가 중간에 나간 듯 서류가 흩어져 있고 복잡하다.
먼지 하나 없이 깨끗이 정리되어있는 책상을 보기도 한다. 회사의 탑 에이전트들의 책상은 천차만별이지만 대부분 깨끗이 정리가 되어있다. 그들이 업무에 임할 때도 책상에는 지금 추진하고 있는 딜의 서류철만 있다. 즉 그들은 매 순간 한 딜에만 집중하고, 그 딜이 정리된 후에 다음 딜로 넘어간다는 의미이다.
몇 년 전까지 만 해도 경영에서 강조하던 것은 ‘멀티태스킹’(multi-tasking)이었다. 즉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멀티태스킹’에는 한계가 있다. 한 사람이 수 십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퇴근 후에 가정에서 가족들과 뜻깊은 시간을 보내면서도 회사 이메일에 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멀티태스킹의 예다. 그렇다고 현대 사회를 사는 사람이 한 가지 일만 하고 살 수는 없다. 그래서 나온 방식이 ‘옴니태스킹’(omni-tasking)이다. 즉 여러 일을 하되 한 번에 한 일에 몰두하고 그 일이 정리되면 다음 일로 넘어간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 순간에 한 일만 집중하도록 되어있다. 집중해야만 효과가 있고 신속히 일을 끝내고 다음 일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일과 휴식을 동시에 할 수 없다. 퇴근 후에 집에 까지 업무를 가져오는 것은 회사 일과 가정 일을 동시에 하겠다는 무리한 멀티태스킹이 되는 것이다. 능률적으로 사는 사람들은 일을 할 때 열심히 하고 놀 때 또한 열심히 노는 사람들이다.
옴니태스킹을 하려면 한 일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부어서는 안 된다. 한 일에 모든 에너지를 투자하고 다음 일로 넘어가도 다음 일을 할 여력이 없다면 옴니태스킹의 의미가 없어진다. 어떤 일을 하여도 항상 여분의 에너지를 남겨 놓아야 한다. 직장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붇고 가정에 퇴근하여 가족과 시간을 보내려고 하면 몸은 가족과 함께 있지만 너무 피곤하여 가족과 같이 있는 것이 귀찮아 질 수 있다. 가정으로 올 때는 적어도 20%의 에너지는 남겨 놓아야 한다. 에너지를 모두 고갈하여 쇠진되는 것을 영어로는 ‘번 아웃’(burn out) 이라고 한다. 다 타버렸다는 뜻이다. 자동차도 가솔린이 다 소비되어 운전 중에 차가 서면 엔진에 무리가 온다. 개솔린을 다시 채워서 시동을 다시 거는데도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에너지를 모두 쇠진하면 병이 올 수 있고, 우울증 등 정신적으로 힘들어 질 수 있다. 이것을 극복하는 데는 시간과 노력이 요구된다. 나는 일하는 것을 무척 사랑하지만 능률적인 일을 하려고 쉼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일하기 위해서는 쉬어야 한다는 것을 배웠기 때문이다. 그런 연유로 쉼을 갖는 것을 여러 태스킹 중에 한 중요한 종목으로 간주하고 스케줄에 넣는다. 스케줄에 없는 태스크는 실행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옴니태스킹을 하기 전 태스크의 목록을 정하고 각 태스크의 시간배정 뿐만 아니라, 에너지의 배정 또한 필요하다. 에너지가 고갈되는 것을 느끼면 일을 중단하고 잠시 휴식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무리하게 계속해서 하다보면 번 아웃이 되기 때문이다.
태스킹 중에 가정을 예로 드는 것은 가정이 우리가 수행하여야 하는 가장 중요한 태스크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

(213)534-3243
hchung@charlesdunn.com
정학정
<상업용 전문 Charles Dunn 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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