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샐러드 보울

2006-10-2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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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조(뉴저지)

이민의 나라 미국을 흔히 멜팅 팟(Melting Pot)이라고 한다. 그러나 용광로에 녹아 무엇이 될지 모르는 용액으로 되는 것보다는 각자 제 색깔을 내고 맛을 내는 샐러드 보울에 비유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본다.
푸른 채소에 붉은 딸기와 노란색 피망을 넣어 색깔을 내고 맛있는 과일을 이것저것 썰어 넣으면 더 좋은 샐러드가 됨은 말할 것도 없다. 가지 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그러나 맛있고 훌륭한 샐러드가 되려면 신선함과 같이 각자의 특색이 잘 발휘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신선함과 동시에 각자의 특색이 발휘되고 존중되어야 하며 다른 종류를 탐낼 필요도 없고 헐뜻을 필요도 없다. 서로가 서로를 존경하고 아끼며 합심함으로서 좋은 샐러드가 된다는 말이다.
미국에 살면서 한번도 차별대우를 받아본 적이 없다고 하면 정직한 대답이 아닐 것이다. 차별대우란 따지고 보면 자기와 같지 않다는 말이다. 외형이나 내용 면으로 같이 될 수가 없는데도 자기와 같지 않다고 하는 것이 차별대우의 근본 심리다. 우리는 앞으로 백년이 가도 이백년이 가도 코리안 어메리칸이지 절대로 이탤리언 아메리칸이나 주이시 아메리칸이 되지는 않는다.

되라고 하는 것도 잘못이지만 되려고 하는 것도 잘못이라는 말이다. 이름 석자를 바꾸고 머리에 노란 물을 들인다고 서양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다.
붉은 피망은 피망대로, 퍼런 상추는 상추대로 합해서 좋은 샐러드가 되듯이 우리는 우리의 장점, 특색 문화를 살려서 다른 민족과 경쟁하고 융합해 나가는 것이 결국에는 승리하는 길이라고 믿는다.

극단적인 예로 내 할아버지가 흰 두루마기에 갓을 쓰고 번화한 뉴욕 5가를 구경하겠다고 나설 때 창피하고 부끄럽다고 생각하면 벌써 경쟁에 지고 차별당한 것이다. 그러나 할아버지 손목을 잡고 정중히 안내해 5번가를 걸어간다면 아는 사람은 우리의 효심에 감동할 것이다. 이것이 바
로 이기는 길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이러한 자세와 사고(思考)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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