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의 국력과 유엔사무총장

2006-10-2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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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일(우정공무원)

건국이래 우리 국민이 가장 가슴 아프고 슬퍼했던 사건들을 든다면 첫째 6.25 동족상잔, 둘째 80년 광주시민 학살사건, 셋째 국가 부도 직전의 IMF 금융 통제로 전국민과 기업이 뼈를 깎는 구조조정에 시달렸던 시대를 들 수 있다.

반면 국가적 경축사로는 첫째 반세기 이상 적대시하던 남북간에 긴장 완화와 화해 및 교류협력을 이끌어낸 남북 정상회담, 둘째 선진국들이 매년 거의 독점하고 일부 후진국까지 수여되며 허탈감마저 들었던 노벨상(김대중대통령) 반열에 한국이 늦게나마 등제된 것, 셋째 유엔가입(1991년) 5년만에 비상임이사국이 되고 15년만에 유엔의 수장인 사무총장(반기문 장관)을 배출한 사건들을 자랑스럽게 꼽을 수 있을 것이다.
2006년 10월 13일 국제연합(유엔)의 제 8대 사무총장으로 한국의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15개 이사국(상임이사국 포함)의 4차에 걸친 예비투표 결과 차기 총장으로 내정, 이날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피선됐다. 해외 한인들까지도 국력신장의 뿌듯함을 느낄 수 있는 큰 경사를 맞이하게 되었다.


반장관이 사무총장으로 확정되기까지는 한국의 국력이 선진국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인지되고 오랜 외교관 근무시 인격과 대인관계에서의 원만한 처세가 주요하였을 것으로 확신되며 아울러 상임이사국인 중국의 지원 도움이 한 몫을 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1945년 유엔 구성 이후 사무총장을 역임한 7명의 소속 국가로는 노르웨이(트리그브 할브단리), 스웨덴(다그 함마슐드), 오스트리아(발트하임) 등 유럽국가와 이집트(브트로스 갈리), 가나(코피아난)의 아프리카 국가, 페루(페레스 데 케아르)의 남미 및 미얀마(우탄트)의 아시아 국가들이다. 192개 회원국 중 53개국이 아시아 소속 국가로 전체 28%를 이루고 있으나 출신은 3대 총장 우탄트 뿐이어서 상대적으로 지역적 소외감이 없지 않아 이번에는 균형을 위해서도 아시아 국가에서 내정자가 나와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강력한 주장을 표명한 중국의 협조가 돋보인다.

유엔의 사무총장은 사무국의 장으로 안전보장이사회(상임이사국)의 권고에 의거, 총회에서 임명하며 국제연합 활동의 운영사무를 관장하고 국제연합의 견해를 대표하는 책임을 지며, 외교 관례상 국가원수에 준하는 예우를 받는다. 지명도에선 미국대통령에 버금가며 도덕적 권위 면에서는 로마교황에 비유되기도 한다. 반기문 장관이 사무총장으로 선출된 것이 개인의 영광을 넘어 한국의 위상이나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국민적 경사임에는 다른 설명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192개 회원국들의 복잡한 관계 즉, 강대국과 약소국 및 부국과 빈국 사이의 이해관계를 공평무사하게 풀어내야 하는 고난도 외교력이 요구되고 위험한 국제분쟁(국제분쟁 해결을 모색하다 비행기 사고로 사망한 스웨덴의 함마슐드 2대 총장)시는 공정한 조정자로서 패권주의나 일방주의를 경계하면서 인종, 종교 및 환경 파괴 등에서 정치적 중립성만 지킨다면 명 총장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세계의 대통령이라 불리는 사무총장의 임기는 내년 1월 1일부터 2011년 12월 31일까지 5년간이지만 연임도 가능하다. 10월 13일 선출된 후 곧바로 이어진 총장 수락연설에서는 유엔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므로 책임과 조화, 신뢰를 바탕으로 유엔의 3대 책무인 평화, 발전 인권 증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유엔에서의 한국의 역할도 2005년 기준 유엔 분담금 규모는 11위이고(체납순위 2위로 불명예 상황) 유엔평화유지활동(PKO)에서는 10위로 동티모르 독립과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등에 재건 지원을 위해 대규모 파병과 무상원조까지 지원하고 있는 현황이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취임과 동시 반기문 총장에게 북한문제 중재역할을 우선주문할 것으로 예견되지만 객관적이고 현명하게 조정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국내의 여,야 정치권 및 보수, 진보단체들과 국민들은 성급한 결과를 요구하지 말고 사심없는 순수한 성원과 거국적으로 환경 조성이 선행되어야 성공한 사무총장으로 유엔사에 기록이 남을 것이다. 또한 10월 13일은 유엔의 최고위직에 선출된 날로 대한민국과 온 국민들에 뜻깊은 경사이니 향후 이 날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 모두가 다시 새겨보는 날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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