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가지 보물

2006-10-22 (일)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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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禪)의 향기 ④

▶ 석보화 세계사 일화선원장

추석절을 지나자 날씨가 제법 쌀쌀해졌다. 명절날 제사에 조상의 위패를 향해 절을 하는 궁극적인 의미는 무엇일까? 그것은 이미 흙이 되신 조상들과 다름없이 결국 한줌의 흙일 뿐인 나라는 것이 절도 하고 말도 하는 도리를 직접 깨닫자는 것이다. 지금 흙먼지에 생명의 숨을 불어 넣고 계시는 영원의 님을 깨치자는 뜻이다.
그러나 마침내 그 님과 혼연일체되고 격물치지(格物致知)하였다면 다음의 문제를 어떻게 처리 할 것인가?
부처님 당시 일곱자매가 시체를 버리는 숲속을 지나다가 막내가 송장을 보고 가리키며 외쳤다,
“언니들, 송장은 여기 있는데 주인은 어디로 갔을까?” 일곱 자매는 그자리에서 깊은 명상에 들어가 각기 도(道)를 깨달았다. 이때 천왕(天王)이 보고 찬탄하며, “내가 공양 올리고자하니 필요한 것을 말하소서.”하자 자매들은, “우리에게 뿌리없는 나무 한그루와 음지양지가 없는 땅 한조각, 그리고 메아리 없는 산골짜기, 이 세가지를 주시오.” 이에 천왕은 답하지 못하고 함께 붓다를 찾아가서 물었다. 이에 붓다는, “천왕이여, 이는 나의 깨달은 제자들도 대답하지 못하며 단지 대보살만이 대답할 수 있느니라.”하였다. 무슨 까닭으로 붓다는 그와 같이만 대답하였을까?
누군가 산승에게 묻는다면 파설(破說)할 수는 없으나, “길가는 행인들의 입이 비석이다(路上行人口是碑).”라고 할 것이요, 구체적으로 그 세가지가 무엇이냐고 다시 물어 온다면, “열매가 큰 것이요(果大), 언덕이 높은것(丘大)이요, 소리가 큰 것(聲大)이다”고 하리니 세월은 빠른것, 함께 탁마해 보자.
어리석은 자는 진리 속에 살면서도 모른다,
마치 국을 퍼주는 국자가 국맛을 모르듯이.
총명한 사람은 금방 깨닫는다,
마치 혀가 국맛을 알듯이. <법구경>
석보화 세계사 일화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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