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전쟁 불사론

2006-10-2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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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찬(취재2부 부장대우)

북한의 핵실험으로 어수선한 시점이었다. 한국의 친지와 통화를 했던 후배가 전하는 말이 걸작이다. “요즘 한국에서는 외국산 생수를 사먹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대요.”

의아해서 물어보니, 북한 핵실험으로 방사능이 유출되고 지하수가 오염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북한의 핵기술을 믿을 수 없고, 낙후된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믿을 수 없기 때문이란다.


처음 이 얘기를 들었을 때가 핵실험으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이었고, 미국의 주요 언론에서도 북한 문제가 탑 이슈로 연일 나오고 있을 때여서, 한가하게(?) 느껴지는 생수 타령이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흔히 연상했던 라면 사재기 파동도 없고, 해외 도피를 위한 현금 인출이나, 항공권 예약 등 일련의 사태도 발생하지 않았다.한국에서는 여기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흔히 말하는 안보 불감증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만큼 한국의 경제력과 군사력에 대한 우위를 믿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또 전쟁이 일어나면 누가 이기고 지고를 떠나 같이 망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그동안 경제력은 당연히 우리가 앞서지만 군사력에 대해서는 북한이 우위에 있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 같은 상식이 부정되고 있다.
보수로 꼽히는 D신문의 올해 1월호 월간지에 실린 내용이다. “과거 정부는 권위주의체제를 합리화하기 위하여, 근래에는 국방예산을 확보하기 위하여 북한의 군사위협을 강조한 측면이 있다. 중략. 군사력은 ‘일국의 현존 상비군의 잠재적 전투수행 능력’으로서, 전쟁에 동원하는 인적 자원(병력)·물적 자원(장비)·조직적 자원(효과성)의 총화이다.

따라서 남북한의 군사력은 단순히 개수 비교로는 판단할 수 없다.”장비의 질적인 차이와 작전 수행 능력 등을 고려할 때 이 같은 개수 비교는 무의하다며, 실질적인 군사력으로는 한국이 북한에 결코 뒤지지 않으며 결국 “북한은 경제력의 열세로 인해 재래식 군비경쟁에서 완패했다”고 결론짓고 있다.
군사비 비교를 보면 더욱 확연해진다. CIA 통계에 한국은 21조(세계 8위) 정도이고 북한은 5조(22위)이다. 1/4 수준이다.

한국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북한보다 우리가 더 많은 경제적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평화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 것이다.그런데 일부 국회의원들이 북한과의 전쟁(국지전 포함)을 불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흔히 말하는 전쟁을 겪어보지 못한 세대의 철없는 소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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