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고교생의 무용 공연을 보고

2006-10-1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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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형(컬럼비아대, 버나드칼리지 4년)

지난 9월 30일 토요일날 108가 Poet’s Den이라는 자그마하고 아늑한 공연장에서 김경옥 선생님 제자들의 고등학교 발표회가 펼쳐졌다. 활발하고 가지각색인 고등학생 4명의 한국무용 공연은 10년의 갈고 닦은 연습의 결과였다.
화관무부터 시작해서 부채춤, 검무, 장고춤, 탈춤, 북춤까지 이 학생들의 지속적인 연습, 그리고 열정을 통해 관객들은 다양성이 있는 한국무용 공연을 볼 수 있었다.

나도 역시 공연을 하는 사람이다. 어려서부터 피아노, 그리고 발레를 배웠고 지금은 컬럼비아 대학, 버나드 칼리지에서 미술사, 그리고 무용 복수 전공을 하고 있는 유학생이다. 한국에서 6학년 때까지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무용은 전혀 배우지 못했다. 지금도 현대무용을 주
로 배우고 어떻게 보면 유학생인 내가 아마 정말로 ‘서양화’라는 말의 상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된다.뉴욕에 와서 음식, 책, 언어, 내가 소화하는 모든 것들은 서양의 것이다. 한국의 자국은 내가 품
고있는 가족, 그리고 친구들 안에 있다고 생각이 된다.그러면 이 4명의 여학생들(Leslie Chung, Frances Lee, Katie Park, Donna Park)의 한국무용
공연은 큰 문화적 중요성이 있다.


무용은 일단 몸의 언어라고 생각을 하자. 그렇다면 한국무용은 한국사람 몸의 언어라고 표현할 수 있다. 태어날 때부터 뉴욕에서 자라왔던 이 아이들은 가족 외 모든 사회적 배움은 미국의 것이다. 그러나 1주일에 몇 번, 10년 동안 연습실에서 한국사람 몸의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자
신의 정체를 만드는 데에 큰 영향력이 있다고 본다.
화관무, 그리고 부채춤의 아름답고 여성스러운 움직임을 배울 때에는 단지 움직임만 배우는 게 아니라 한국적인 여성스러움에 대해 배운다고 생각이 된다. 이 배움을 통해 한국적인 여성스러움에 대한 기억을 갖고 커가지 않을까 생각이 된다.

또한 검무, 장고춤, 북춤의 강렬하고 힘있는 움직임을 배울 때 한국적인 열정에 대해 배움으로써 그 열기에 대한 기억을 갖고 커 갈 것 같았다.
공연이 끝나고 리셉션에서 봤을 때는 4명의 학생들은 또 다시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은 평범해 보이는 고등학생들이었다. 학생들은 배움을 통해 지식, 그리고 자신만의 기억력을 쌓는다. 한 사람은 수많은 추억, 배움, 사람, 만남의 뭉침이라고 할 수 있다.이 학생들은 한국무용이라는 언어의 웅변을 품고 커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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