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풍요와 빈곤

2006-10-1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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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논설위원)

‘풍요’와 ‘빈곤’은 인류역사에서 항상 존재하고 있는 단어이다. 둘 중 빈곤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나라 속담에 임금님도 구제를 못하는 것이다. 오로지 자기 스스로 해야 한다. 미국에서도 빈곤층을 구제하기 위해 웰페어다, 베네핏이다, 푸드 스탬프다 별별 제도를 다 내놓고 있지만 그걸로 빈곤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 더 더군다나 민주주의 국가는 경쟁사회이기 때문에 빈곤층과 부유층이 날이 가면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지금도 미국의 대부자 1%가 미국의 전 재산 중 90%를 가지고 있다 한다. 가난한 사람의 마지막 풍경은 홈레스이다. 그러면 부자들의 풍경은 무엇인가. 커네티컷 리버를 따라 위로 올라가면 강 옆에 미국의 대부호들이 다 거기에 몰려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그들의 집은 모두 궁궐이다. 게다가 마당 밑 강가에 띄워놓은 요트들을 보면 다 몇 백만 달러짜리 들이다. 이것들이 다 강위에서 눈감고 자고 있다.
배를 타고 그 앞을 지나가다 보면 부호에 대한 경탄을 안 할 수가 없다. 반면, 맨하탄 지하철 앞에서 적선하는 홈레스들을 보면 미국이 얼마나 가난한 나라인가 하는 데 대한 경탄 또한 금치 못한다. 한인사회에서도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의 수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것이 무엇인가. 가난한 자와 부자들이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적대감을 불러일으키기가 참 쉽다. 만일 적대감을 가지고 불화를 일으킨다 할 것 같으면 온전하게 한인사회가 잘 굴러가지 못한다.

경제적으로 빈곤하다 해서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학식이나 아이디어, 그리고 비전마저도 가난한 것이 아니다. 또 반대로 부자라 해서 학식이 많고 비전이 있고 아이디어가 있거나 한 것만은 아니다. 뜻있는 기관들이 문제시 이런 것을 상호교환하면서 서로 간에 엇비슷하게 선을 맞추어 가는 조정을 해주어야 한다. 그러면 가난한 사람도 조금 사는 쪽으로 올라오고, 또 있는 쪽으로 보면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는 쪽이 된다. 그렇게 해서 어느 정도 자꾸 균형을 조정해 주는 쪽으로 가야 된다. 경제적으로 빈곤하다 해서 절대로 무시를 당해서도 안 되고 또 해서도 안 된다. 또 부자가 됐다고 해서 질투를 하거나 질시를 해서도 안 된다. 가난한 사람은 가난하게 된 이유가 반드시 있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은 성공하게끔 된 이유가 반드시 있는 것이다. 그런 이유도 우리가 나누어 가질 수 있는 아량이 있어야 한다.


가을이다. 추수가 이미 끝난 들판도 있겠지만 아직도 영그는 밭이 있다. 먼저 영글었다고 해서 나중에 영그는 것을 비웃거나 무시해서는 안 된다. 또 먼저 영근 것을 흔들어서도 안 된다. 민주주의의 단점은 날이 갈수록 빈부의 격차를 극대화시키는데 있다. 그래서 민주주의의 결점을 해결하고 개선하기 위해 생겨난 것이 사회주의고 공산주의다. 그런데도 사회주의와 공산주의가 빈부의 차를 해결하지 못했다. 그래서 공산주의도 무너지고 사회주의도 무너져 갔다. 단지 정치적으로 명맥만 유지할 뿐이지 그래도 경제문제에 있어서는 시장 자유경제를 온 세계가 지향하고 있다. 그래도 민주주의의 경제론이 낫기 때문이다.

이런 미국에서 땀 흘려 열심히 일한 결과, 경제적으로 성공한 가정이 많은 것이다. 그러나 그 가정에서 식구 하나가 병치레를 한다든가, 잘못된 길을 걸어가고 있다든가 하면 경제적으로 성공을 했을망정 마음은 텅 비고 빈곤한 것이다. 특히 이민생활에서는 더욱 그렇다.
또 경제적으로 성공은 했다하더라도 그 성공한 방법이 타인에게 손가락질을 받는다든지, 좋게 비치지 않았을 때에는 사회적으로는 빈곤한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다. 경제적으로 아무리 성공해도 돈만 가지고 세상을 사는 것은 아니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자식이 아파서 병원에 가 있거나 부인이 죽어가고 있든지, 아니면 부모가 병마에 시달리고 있을 경우 자연히 그 어려운 쪽에 신경이 가게 되어 있다.

이것이 바로 인생의 빈곤, 즉 마음을 아리게 하고 쓰리게 하고 아프게 하는 것이다. 돈보다는 옛말에도 ‘가화만사성이란 말이 있다. 거기에 ‘돈‘ 자는 한마디도 안 들어 있다. 가정이 평안해야 만사가 다 잘 된다. 다시 말해 가정이 화목하고 이민사회가 평안해야 이 거대한 미국에서 우리가 편안하고 여유 있게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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