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뉴욕시 아동보호국의 역할

2006-10-0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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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륭웅(공학박사)

나는 지난 5년여 뉴욕시 아동보호국(NYC ACS-Admini stration for Children’s Services)의 한국어 통역관의 일원으로 일하면서 100여곳이 넘는 한인 가정을 방문하였다.

방문시엔 ACS에서 고도의 교육을 받고 많은 현장 경험을 쌓은 현지 지도사-상담사(Case Worker)를 파견한다. ACS에서는 부모의 지도-감독 소홀로 미성년자인 자녀의 정상적인 발달, 교육 또는 자녀의 안전이 위험하다고 생각될 때 즉시 개입, 자녀들의 안녕을 위해 노력한다.이 때 ACS는 자녀들의 학교, 지역 경찰, 각 구의 가정 및 형사법원과 긴밀한 연락망을 구성,
자녀가 가능한한 정상적인 환경에서 자라도록 모든 조치를 주도적으로 취한다. 이를 위해 ACS는 1,143명의 Case Worker (Child Protective Specialist-아동보호 전담원으로 불린다)와 180명의 아동 전담 변호사가 있고 모두 6,000명의 직원들이 아동 보호에 관한 각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1996년 1월 10일 창설된 ACS는 뉴욕시 산하기관이지만 ‘독립기관’으로 독자적으로 임무를 수행한다. 이것은 아마도 아동보호라는 막중한 임무는 외부 기관으로부터 아무런 간섭을 받아서는 안된다는 것 때문이라고 보여진다. 나는 우선 지난 기간 동안 방문했던 가정에서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여러 부모들과 나누고 싶다.

▲10학년 여학생-부모 말을 잘 듣고 공부도 잘 했던 모범생이었다. 남자친구를 사귄 후부터 학교를 결석하기 시작, 60일 이상 학교에 가지 않아 유급의 위기에 놓임. 부모는 두 사람 다 일하고 할머니 계심. 학교는 매일 간다고 집을 나서고 있었음.

위와 비슷한 경우, 이 여학생은 집을 나가 아예 외국인 친구집에서 기숙하고 있었음. 양가 부모와 회의를 했는데 한쪽은 “왜 남의 자식을 집으로 보내지 않고 데리고 있느냐” 다른 한쪽은 “안 간다는 것을 어찌하느냐” 하고 옥신각신 했음. 부모는 “죽고싶다”는 말만 했다.

▲9학년 남학생-60일 이상 결석하여 동네 ‘형’들과 이리저리 쏘다니는 경우였음. 한번 유급했었고 상담 도중 “나는 학교 가는 것 신경 안쓰고 다시 유급되어도 상관 않겠다”고 하여 놀랐던 기억이 있음. 매일 집을 나가 학교는 간다고 하는 경우였음. 부모는 맞벌이 부부였음. 이런 경우 술, 담배, 마약(Substance Abuse )사용이 의심되었음.

▲겨우 걷기 시작한 아기가 경미한 화상을 입었던 경우였는데 3개월 내에 두번째로 화상이 생겨 ACS가 “과연 부모가 자식을 돌볼 자격이 있는가” 그렇다면 위탁모가 키워야(Foster Care)하지 않느냐 하는 매우 험악한 지경까지 갔었음.

▲어린아이를 차 안에 잠깐 두고 물건 사러 간 사이 누가 신고하여 경찰이 와서 바로 부모를 체포해 갔음. 그 후 부모는 상담, 봉사(고속도로에서 쓰레기 줍기)등으로 생엄에 막대한 지장을 받은 경우.

▲두사람 다 일을 하는 부모가 저녁 때 들어와서 반가워 초등학생 딸을 안고 뽀뽀했는데 이 딸이 학교에 가서 “아빠가 어디를 어떻게 했다”는 식으로 얘기하여 문제가 된 경우. 조사 결과 전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짐. 그 어린 학생은 자신이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했음. 심리학자들에 의하면 어린 나이에는 있지도 않은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고 함. 비슷한 경우로 유치원의 여자아이가 아빠의 샤워 장면을 본 경우였는데 이것도 꽤 문제가 되었었음. 우리 부모들이 조심도 해야 되고 또 어린 자녀들에게 사실만을 말하도록 하는 습관을 교육시켜야 할 것으로 보여짐.


대부분의 경우 자녀가 학교에 가지 않아 문제가 생긴 경우인데 학교를 빠지면 학교에서는 집으로 전화하여 부모에게 메시지를 남기게 되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학교로 전화하지 않아 문제를 키우는 경우가 많음.
부모가 일을 하더라도 ▲매일 자녀들의 과제물을 챙기고 숙제는 했는지 점검할 것 ▲최소 한달에 한번만이라도 학교에 연락하여 자녀의 출석상황, 공부 등을 점검할 것 ▲학교와 비상연락망을 만들 것 ▲부모가 영어를 못하는 경우에는 친척이나 아는 분이 학교 전화를 받도록 조치할 것 ▲아이들을 방과후 학교에 보낸다고 안심하지 말 것-숙제는 하였으나 방과후 학교는 잘 가는지 선생님들과 상의할 것.

나는 우리 부모세대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자식 교육이라고 철저히 믿는 사람인데 모든 부모들이 그럴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부모 자신들이 시간과 정성을 쏟아야 한다. 돈 버는데 정신이 팔려 자식을 돌보지 못한다면 완전히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자녀가 다 커서 한 사람의 인간 구실을 못한다면 이 세상 모든 돈, 명예, 권력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자녀문제로 ACS의 방문을 받으면 부모들이 절대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ACS의 제 1 목표는 자녀가 친부모 밑에서 사랑받으며 정상적으로 자라는 것을 옆에서 도와주는 데 있다. 친부모가 어떻게 해도 자식을 돌볼 자격이 없다고 생각되면 ACS 주도 하에 위탁부모의 관리하에 두게 된다.

뉴욕시의 190만 어린이들을 돌보는 ACS는 매년 50만 가정에 현지 지도를 한다. ACS는 위탁부모 제도 뿐 아니라 매년 6만명의 취학 전 아동을 돕는 차일드 케어, 3~5세 아동의 교육을 돕는 Head Start, Foster Care 청소년의 성장과 19세 이후의 취업, 학업을 돕는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저소득층의 가정은 311에 전화하여 ACS와 접촉, 도움을 받는 방법을 구하는 것도 좋은 생각이다.우리의 자식들은 부모의 사랑을 받고 자라는 나무와 같다. 항상 관심을 가지고 지도하고, 서로 흉금을 터놓고 얘기하는 간단한 일만 해도 자식들은 잘 자란다고 믿는다.옛말에 ‘자식 농사’라고 했다. “뿌린대로 거둔다”는 말을 우리 모두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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