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무공해 마을

2006-10-1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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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자(의사)

10월 2일 아침, 펜실베니아주의 랑카스터(Lancaster)에 아미쉬(Amish) 학교(One Room School)에서 일어난 피로 물든 총기사건이 각 언론 신문과 TV 화면에 긴급뉴스로 시시각각 숨가쁘게 보도되었다.
학교 교실 안에서 6살에서 13살인 10명의 여자아이들을 나란히 세워놓고 총을 쏘아 숨지게 한 후에 범인도 스스로 그 자리에서 목숨을 끊었다. 범인은 32살의 우유를 배달하는 외부사람인 트럭운전사였다. 다섯 아이는 숨지고 다섯 아이들은 헬리콥터로 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치료를
받고 있으나 중태이다.

지난 한 주에만 세번째로 연쇄적으로 일어난 충격적인 학교 총기사건이다.
“이런 비극적인 악몽의 사건은 아미쉬 마을에 처음 일어난 알이다. 현대문명의 이기를 등지고 자라는 아미쉬 아이들은 TV나 컴퓨터게임 등에서 벌어지는 폭력을 본 일이 없다”총기에 숨진 두 아이를 분만한 산파가 TV 앵커와 인터뷰를 하는 목멘 소리다.나는 우연히도 지난 주 랑카스터에 있는 아미쉬 학교를 다녀왔기 때문에 더욱 가슴을 쓸어내렸
다.


뉴욕에서 3시간쯤 드라이브하여 아미쉬 마을(일명-PA Dutch Country)에 도착하니 마굿간이 있는 농가에는 네덜란드풍의 풍차가 돌고 끝없이 펼쳐진 푸른 목장에 말들과 얼룩소들이 풀을 뜯고 있다. 약 30명의 학생이 공부하는 방이 하나뿐인 작은 아미쉬 학교는 농장의 초원에 자리잡
고 있다. 우리 옛 조상들이 마을에서 글을 배우던 서당과 같은 방이다.
아이들은 8학년 과정에서 교육과정을 마친다. 치열한 입시경쟁의 지옥이 없는 천국이다. 14살이 되면 아버지를 도와 농사를 짓고 가내공업에 종사하는 단순한 삶이니 세분화된 전문지식이 필요 없다.

다음은 14명으로 짜인 팀이 투어가이드와 함께 약속된 오후 5시에 아미쉬 농가 집을 방문하였다. 30대 부부가 방문객들을 마당까지 나와서 반갑게 맞이한다. 주인남자는 전통의상인 멜빵이 달린 검은 바지에 긴 턱수염에 넓은 챙의 모자를 쓰고 있다. 아미쉬 여인은 검은 드레스에 앞
치마를 두르고 하얀 캡을 머리에 쓰고 있다. 이들 부부는 아이가 다섯이고 아내는 만삭으로 다음 아기의 출생을 기다리고 있었다. 부부는 방문객들을 부엌과 거실이 통해있는 넓은 방으로 안내하였다. TV, 전화, 전등이 없는 방안에 개스 램프의 불빛이 부드럽고 로맨틱하다.미주 각 주에서 온 방문객들이 원형으로 둘러앉아서 전통과 풍습에 대한 열띤 질문을 던졌다.

이들 부부는 진지하고 성의있게 대답했다.18세기 초, 스위스 등 서부유럽에서 종교지도자, 야콥 암(Jacob Ammann) 성경의 규율을 엄격히 지키는 그의 추종자들과 함께 종교의 자유를 찾아 미국의 펜실베니아주로 이주한 종교집단이(Anabaptists)이 아미쉬의 뿌리다. 전기, 자동차 등 기계문명을 거부하는 그들의 문명의 속도의 시계는 19세기에 멈추었다.

약 2만8,000명 인구가 사는 이 마을에 몰려드는 방문객이 일년에 500만이 넘는다고 한다. 문명인들이 되돌아 갈 수 없는 흑백사진과 같은 빛이 발한 시간을 그리워하는 향수 때문일까?IT 시대의 네트워크의 문명의 덫에 걸려있는 나와 문명을 거부하는 아미쉬인들이나 다같이 완벽한 삶은 아니다.아직도 자동차가 질주하는 도로변에서 아미쉬인을 태운 말이 끄는 마차의 느린 말발굽 소리가 귀에 들려온다.

문명에 오염되지 않은 무공해 마을에 핀 들국화 같은 어린아이들의 교실을 피로 물들이다니 망연자실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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