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천원과 50센트의 흐뭇함

2006-10-09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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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일(우정공무원)

조국을 떠나온 우리는 항상 본국의 반가운 소식을 기다린다. 휴전선 155마일(250km)에서 상호 비방 방송이나 비무장지대 철책을 넘어와 살인과 파괴를 하지 않는다는 기사나 담화를 접했을 때 다음으로 반가운 소리가 들린다. 정부가 ‘국제빈곤퇴치 기여금’ 제도를 도입, 국제선 항공
권에 1,000원의 기여금을 부과, 마련한 재원을 항구적으로 빈곤대상 국가들에 도움을 주겠다는 내용이다.

한국돈 천원 한 장의 행복과 미화 50센트의 흐뭇함을 역설하면 고개를 갸우뚱 생뚱맞은 소리로 들리겠지만 고무풍선에 바람을 불어넣으면 커지는 것과 같이 생각하면 할수록 즐거워진다.필자 직장에서는 매년 인플레이션(물가상승)에 대한 연봉이 인상된다. 인상된 소식을 알려온 직
장 유니온(노조)의 편지에는 Pay Check(격주지급 급여)시마다 최소 1달러씩을 빈곤층을 위해 도네이션(매주 50센트)하기를 권고한 내용이 들어있다.


매년 이맘 때면 세계 빈곤층 아동 및 장애인단체 명단이 책자로 나와 주관부서인 유니온에서 기부하고 싶은 단체를 본인이 지정, 선정하여 출연금이 지원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몇년 전까지도 한국인 관련 피도움단체가 있어 그곳을 지정, 기부했으나 얼마 전부터는 명단에서 볼 수
없어 다행하게(단체의 건전성 향상) 생각되기도 했으나 만에 하나 한인관련 단체들이 행정적 미흡이나 실수로 누락되지 않았기를 바랄 뿐이다.
이렇듯 이민자로서 많은 혜택을 보면서 소액일지라도 환원한다는 취지 아래 각국의 구호단체들에 도움이 되는 나눔의 행사(campaign)에 동참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고 한국전쟁 이후 어려웠을 때를 생각하면 가슴 뿌듯하고 흐뭇한 일로 격세지감마저 느낀다.

정부 발표에 의한 국제선 항공권에 천원 기여금 부과 사연인즉, 아프리카 및 아시아 최빈개도국의 빈곤 퇴치와 에이즈 등 전염병 퇴치에 우선 사용하기 위해 민간과 정부인사가 참여하는 심의위원회를 설치하겠다는데 대하여 국민들의 절대다수가 찬성을 하고 있다함은 6.25전쟁 이후 많은 국가에서 도움을 받아오던 우리가 이제는 나눔의 대열에 동참하게 되었으니 즐겁고 흐뭇하지 않겠는가 하는 이유이다.

국제선 한 개의 항공권에 천원의 기여금은 적은 액수이지만 많은 국민이 매년 증가하는 해외출입으로 마련될 수 있는 금액은 연간 150억원의 재원을 조성한다고 하니 ‘티끌 모아 태산’으로 이 또한 적은 금액이 아니므로 정부는 속히 추진 실행에 옮겼으면 한다.(한국관광공사가 발
표한 전년도 해외 출국인은 1,007만명) 천원 한 장으로 기아 난민 20명에게 한 끼 식사를 제공할 수 있다고 하니 또 한번 감사와 기쁨의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유엔의 보고서에 의하면 65억 인구 중 10억 이상이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살고 있으며 전세계 인구 거의 절반이 2달러 미만으로 생활하고 있고, 특히 사하라사막 이남의 아프리카에서 하루 1달러 이하로 살고있는 사람은 46%에 달한다고 한다. 그 뿐인가. 전세계 사망자 중 3분의 1이 빈곤 때문에 사망, 그 숫자는 매년 무려 1,800만명으로 하루 5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한국은 이제 세계 10~12위권의 경제력을 가진 국가로 우뚝 서고 있지만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보는 시각과 국제사회가 한국을 보는 시각에 큰 차이가 있음을 느낀다.아직도 한국인(미주한인 포함)의 많은 사람은 남을 도울 위치에 있다고 선뜻 말하거나 생각하지 않는 반면 국제사회는 국민소득이나 국가경제력으로 보아 과거 도움을 받던 60~70년대 한국이 아니므로 이제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보다 많은 역할이나 지원을 요구하고 있는 현실이니 우리 한국인 모두 냉철하게 자성해 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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