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남편의 아내 사랑

2006-10-0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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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윤 희 (뉴욕시 교육국 학부모 조정관)

단풍이 막 시작하려는 뉴저지의 아름다운 길을 찾아 친구를 방문하고 돌아온 지난 일요일 오후였다. 몇일 있으면 돌아오는 결혼 20주년 기념으로 원래는 꿈에도 그리던 이태리를 가고 싶었지만 남편이 출장이 잦고 피곤해서 돌아다니는 것은 싫고 가까운 휴식할 수 있는 곳으로 가자고 해서 반대하고 싶은 생각을 꿀꺽 삼키고 동의했다.
그런데 “그럼 돈이 여유 없으니 당신이 생활비로 충당하지” 라는 남편의 말에 내 부풀었던 마음은 간 곳 없고 섭섭한 마음이 내 맘을 꽉 채웠다.

월요일 아침 출근해서도 마음이 하루종일 우울했는데 점심시간 조금 지나 남편 리차드가 쑥스러운 목소리로 “지금 우편물 뜯어보니 세금 환불이 왔다”면서 “그 돈으로 여행가면 된다”고 한다. 대강 알았다고 얼버무리고 전화를 끊는데 눈물이 핑 돌고 목이 메인다.세상에 남들은 보석반지도 사주고 한다는데 나한테 내라고?

평소에는 선물도 잘 해주더니 웬 뚱딴지 같은 말인가 하며 기가 막혔는데 하나님이 타이밍을 절묘하게 맞춰주어서 잘 해결됐다. 그리고 홧김에 내가 좋아하는 예쁜 것도 하나 살 예정이다.남편들이여! 여자는 자기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에 받는 선물에 감격하니까 바쁘더라도 꼭, 꼭 챙기면 밥상에 맛있는 반찬이 풍성해지고 당신에 대한 아내 사랑이 더욱 따끈따끈해진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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