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예견된 식품쇼 무산

2006-10-04 (수)
크게 작게
김노열(취재2부 차장)

뉴욕한인식품협회가 이달 말 개최될 예정이었던 ‘2006 식품쇼’가 결국 무산됐다. 식품협회 이사회는 지난달 하반기 역점사업을 추진해왔던 식품쇼를 준비부족 문제를 이유로 들어 무기한 연기한다고 결정, 사실상 연내 개최 불가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강병목 회장과 집행부가 이사회의 승인을 얻어 추진한지 채 2개월도 안된 시점이다. 강 회장은 “식품쇼 준비와 행사 개최를 바라보는 시각차가 예상보다 큰 것 같다. 이사들 간의 불협화음이 문제다”며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애초부터 식품쇼 개최를 반대하는 이사진들을 설득하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강 회장의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회원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예견된 무산’이란 시각이 그만큼 강한 것이다.


식품쇼는 강 회장이 취임하면서 내세웠던 중점사업 가운데 하나로 지난 7월 이사회 당시 ‘연내 개최는 준비기간 부족 등으로 개최하기 힘들다’는 일부 이사들의 반대의견을 무릅쓰고 표결에 부쳐 9월 중에 개최키로 통과된 바 있다. 하지만 구군서 준비위원장이 갑작스런 와병문제로 활동이 불가능해지자 집행부는 ‘준비위원장 없이는 행사준비가 어렵다’는 이유로 1개월 연기시키면서 일부 이사들로 하여금 협회의 행사 준비 부족과 개최 역량에 대한 의문을 유발시켰다. 이 과정에서 협회는 연기사실을 공식발표하는 절차를 생략, 행사 일정에 대한 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근본적 문제는 이게 아니다. 행사가 1개월 정도 남겨진 시점에서 집행부나 준비위원회의 활동이 전무했었던 점이다.

실제로 행사 준비위원회가 결성된 후 단 한번의 회동도 갖지 않았을 뿐 아니라 대다수 집행부나 준비위원조차 행사 준비 과정과 내용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또한 식품쇼 개최를 1개월 남짓 앞두고 구두계약 외에는 부스 참여사와의 계약이 한 건도 진행된 것이 없다는 사실도 이날 구 위원장의 설명으로 알려졌다. 준비위원회는 이같은 준비부족 문제가 이번 식품쇼 무산이라는 결과를 낳았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운 게 분명하다. 강 회장도 식품쇼를 애초부터 반대 하려했던 이사들이 있었다면 더욱 철저한 준비를 했어야 했다.협회는 이번 식품쇼 무산 사태를 교훈 삼아 절차를 제대로 준수하고 보다 성숙된 조직체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