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반 장관에 기대 크다

2006-10-0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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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논설위원)

추석을 앞두고 찾아든 반기문 한국 외교통상부 장관의 유엔 사무총장 선출 가능성에 대한 낭보는 국내외 한인들의 가슴을 벅차게 만든다. 보도에 따르면 유엔 사무총장 선출 제4차 예비투표에서 거부권을 가진 5개 상임이사국을 포함, 14개 안보리 이사국들로부터 지지를 얻어 또 다시
반 장관이 1위를 차지해 유엔 사무총장 내정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반 장관은 차기 유엔사무총장 직을 거머쥐는데 유리한 입장에 서 있으며, 이변이 없는 한 앞으로 있을 안보리 공식투표에서 사무총장 후보로 선출될 것이 확실한 상황이다. 유엔 사무총장 직은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자리가 아니다. 200여 회원국과 강대국들의 인정을 받아야만 가능한 자리다. 그것을 분단국인 한국의 외교관이 해낸 것이다이는 대한민국 개국 이래 처음 있는 국가적 경사 중 경사라 할 수 있다. 국내외 전 한국인에 주어지는 이 선물은 지난 40년간 조용히 쌓아온 반 장관의 외교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어서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 찬사와 더불어 벅찬 기쁨을 감출 수가 없다.


이 경사는 무엇보다도
세계 여러 나라들로부터 반 장관이 인정을 받고 또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추대받음으로써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환영을 받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그의 인품과 외교활동이 얼마나 탁월한가를 보여주고 있다. 그는 서울대에서 외교학과, 하버드에서 행정학 석사를 취득한 후 외교부에 첫발을 내딛으면서 외길을 걸어온 정통외교관이다. 외교관으로서의 능력에다 인품이나 성격 면에서 인자하고 온화하고 모가 나지 않아 그래서 안정된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그것이 이번 유엔 사무총장 직에 내정된 보이지 않는 비결이자 배경이 된 것으로 알려진다.

유엔 사무총장은 세계평화와 자유, 번영을 추구하는 유엔의 활동을 주도하며 그럼으로써 억압받는 국가와 민족을 위해 평화사도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 임무이고 역할이다. 그런 점에서 유엔 사무총장은 어떤 특정한 나라에 치우쳐서도 안 되고 국가가 크든, 작든 가릴 것 없이 공정하게 빈곤하고 곤경에 처한 국가의 아픔을 긁어주며 그들의 호소를 들어주어야 하는 입장이다.
특별히 최근 국제사회는 몇 년 사이 전쟁과 기아, 각종 질병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나라들이 많이 있다. 유엔 사무총장직은 종교와 사상, 이념을 초월해 이러한 국제적 문제를 해결하고 유엔의 원래 목적을 달성하는데 비전과 목적의식이 확실해야 한다.

더구나 지금 유엔은 역사상 가장 개혁이 필요한 때임이 강조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 때 반 장관이 개혁을 목표로 세계 평화와 질서, 자유와 번영을 위해 들고 나온 이슈가 결정적인 환영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외형상으로 유해 보이면서도 내부적으로는 강력한 그의 소신이 이번 투표에 크게 주효했던 것으로 회자되고 있다.
지역, 종교, 사상, 이념이 다른 체제하에서 특별히 안전보장 이사회 회원으로부터 지지를 받는 것은 국내외 많은 어려움과 매춘 같은 국제적 치부에도 불구, 이런 것을 초월해 뭐니 뭐니 해도 그동안 외교를 너무나 순탄하게 잘해왔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친정이 잘 살아야 출가외인인 딸이 큰 소리를 친다‘고, 이번 경사는 한국의 경제가 세계 13위권에 진입하고 외환보유고도 많음으로써 국제적으로도 인정받고 국력강화 및 모든 국민의 탁월한 교육열, 각 분야의 우수성 등이 국제적으로 각광을 받음으로써 시기적으로 맞아떨어진 것도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지원요소라고 할 수 있다.

반 장관이 유엔사무총장이 정식으로 되면 앞으로 남북한의 통일 및 동북아 안녕, 질서, 평화유지를 위해 기여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반장관은 특별히 북한과의 6자회담도 평화적으로 잘 설득, 북한의 국제적 위치를 변화시키고 나아가 남북한 통일의 길로 이끄는 물꼬를 트는 획기적인 기회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이 다 겸비됨으로써 이룬 이번 반 장관의 경사는 노벨상 수상 이상으로 국제적으로 큰 자랑이고 한국인의 위신과 자존심을 세워준 결과이다. 이 결실은 앞으로 자라나는 2세들에게도 엄청난 힘이자 용기, 그리고 희망과 비전을 심어준 쾌거라고 아니할 수 없다. 그의 대장정에 거는 기대는 그래서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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