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식자우환(識字憂患)

2006-09-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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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일(우정공무원)

지난 9월 7일자 오피니언란에 임용균씨의 ‘남한은 자국민부터 도와야’라는 글을 읽고 몇가지 지적하고자 한다.아는 것이 도리어 근심을 사게 되는 것을 ‘식자우환’이라 하고 지나친 것이나 모자란 것은 다 같이 좋지 않음을 ‘과유불급’이라 한다. 전문가이던 아니던 언론매체에 의견을 개진할 때는 최소한의 법리나 사리에 일정 부분 근접해야 공감을 얻을 수 있다.

남한 정부가 수해를 입은 북한주민들에 쌀 10만톤과 복구자재 등을 지원한 물품 대금이 국민들의 세금이니 먼저 국민에게 물어야 하고, 국회 의결을 거쳐서 집행되는 민주주의 원칙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개인 돈 쓰듯 북에 퍼주고 있으니 국민 앞에 심판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먼저 지난 7월중 폭우 피해가 남북한 대단히 컸으나 남한의 강수량 절반 정도인데도 국가적 재난 관리가 허술한 북한은 상대적으로 피해가 더 많았다. 이에 인도주의적인 면에 대한적십자사 및 민간단체들에서 지원을 추진할 때 여야 정치권과 국회 차원에서 행정부에 지원을 촉구, 정부가 이를 수락해 합동으로 지원하게 된 것이다.


남북간 인도적 지원은 1994년부터 시작, 금년이 12년차 되는 해로 남북간 인적, 물적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1990년(노태우 정부)에 제정된 남북교류협력법과 남북교류협력기금법에 의하여 북에 지원할 예산을 매년 정부는 국회의 예산심의 과정을 거쳐 집행해 오고 있다.이렇듯 북에 보내는 각종 지원액이 국민의 세금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그 때 그 때 묻지 않
아도 된다는 것과 집행 전에 국회 의결도 요하는 사항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 둔다. 정부는 민주주의 원칙(삼권분립)과 회계 원칙에 따라 집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재무회계 원칙에 따라 국무회의에서 결정한 익년도 예산회계 편성 처리법에 의하여 경제기획원에서 총괄편성 후 예산안을 발안권(국회제출권)이 있는 정부가 예산의결권이 있는 국회에 제출, 심의가 확정된 후 정부에 재이송되면 예산 범위 내에서 집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정부가 초과집행하거나 예산항목 유용 및 원용집행을 임의적으로 했을 때는 자체 부쳐 감사와 감사원 및 국회 국정감사에서 지적되어 환수 조치 및 집행부,처장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여러 단계의 감사제도가 있는 국가예산집행을 주머니돈이나 쌈지돈 운운 또는 초등학생 돼지저금통 쯤으로 생각하는 것은 수준 이하의 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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