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잿더미 속에 피어오르는 희망

2006-09-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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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재호(취재1부 기자)

지난 26일 한인밀집지역인 코로나 소재 상가지역에서 대규모 화재가 발생했다. 새벽부터 시작된 화재는 2시간동안 3개 업소를 잿더미로 만들었고 이밖의 7개 업소에 큰 피해를 입혔다. 특히 한인이 운영하는 한 네일업소는 전소되어 흔적만이 사건의 참담함을 대변하고 있었다.

이날 화재 현장을 취재하면서 선물가게 한인업주 강씨를 만날 수 있었다. 바리케이드가 쳐 있는 업소에는 들어가지도 못하고 오전 9시부터 6시간 동안 길 건너편에 의자를 펴두고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던 이들 내외는 근처 치킨집에서 사온 닭 한 마리로 허기를 메우고 있었다. 수십년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어 버린 이들을 취재해야 할까라는 생각이 한동안 뇌리에 머물었지만 어쩔 수 없이 질문을 던진 기자에게 강씨는 성심성의껏 대답해 주었다.


예상대로 이들의 피해는 너무나 컸다. 직접적인 화재로 인한 업소의 피해는 없었지만 소방관들이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지붕에 구멍을 뚫는 한편 창문을 부숴, 건물 밖이 크게 파손됐다. 또 건물 안에 쏟아져 내린 물로 업소내 제품이 손상됐다. 특히 판매제품을 미리 준비해두어야 하는 선물가게의 특성상 보관하고 있던 제품이 많았던 강씨는 피해추정액이 10만달러 가량 된다고 밝혔다.

취재를 마치고 현장을 떠나는 기자의 머릿속에는 많은 생각이 교차했다. 타인이 입은 상처를 캐고 또 뉴스로 보도해야 하는 직업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이런 생각을 읽었는지 강씨는 “이런 문제가 보도돼야 타 업주들도 경각심을 갖고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며 도리어 격려해주었다. 심장이 나쁜 아내에게 충격을 주지 않기 위해 화재 소식을 듣고도 한동안 이를 말하지 않았고 취재 기자의 부담감까지 보듬어주는 강씨의 마음에 숙연한 마음이 들었다. 또 오늘의 불행에서 벗어나 내일의 새로운 시작을 기약하는 그의 모습이 아주 크게 다가왔다.

오늘 하루 살기가 힘들다고 느끼는 사람은 많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의 책임을 다하면 밝은 내일을 맞을 수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막상 실천하기에는 어렵겠지만 화재 속에서도 희망을 찾는 강씨처럼 우리도 항상 ‘희망은 언제 어디서나 존재한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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