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듯...

2006-09-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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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취재1부 차장)

2006~07학년도가 개학한지도 4주째로 접어들었다. 이쯤 되면 학생들은 학기 초의 긴장감이나 자신에게 스스로 다짐했던 나름의 각오도 서서히 해이해진다. 이는 이미 뉴욕 일원 공립학교의 주간 출석률 집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실제로 한인 밀집 고등학교 몇 군데만 살펴봐도 지난 한 주간 평균 출석률이 80%선을 겨우 넘어서는 곳이 의외로 많다. 그나마 일부 학교는 90% 안팎으로 조금은 나은 편이다. 물론, 출석률이 저조한 학교의 무단결석생이 모두 한인학생인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얼마 전에도 한인들이 선망하는 학교 중 하나인 한 고등학교에서는 지난해 일부 한인학생들의 무단결석이 심각한 수준에까지 이르자 한국어반의 존폐 여부를 학교가 들먹일 만큼 큰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학생들의 무단결석도 문제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대다수 부모들이 실상 자기 자녀가 얼마나 결석을 하는지, 등교를 하더라도 중간에 수업을 얼마나 많이 빼먹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가 커진 뒤에야 자녀가 정도 이상으로 무단결석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부모들의 한결같은 반응은 “내 아이만은 절대 그렇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청소년 흡연 문제도 마찬가지다. 오후 시간대에 한인 밀집 지역의 공립 고등학교를 한 바퀴 돌아보면 학교 정문 앞에서 무리지어 당당하게 담배를 피우는 한인학생들의 모습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흡연에 있어서만큼은 한인학생들은 남학생과 여학생의 구분이 없다는 것도 쉽게 확인된다. 게
다가 남녀학생들이 담배를 피우면서 나누는 대화내용을 들어보면 때로 기가 막힐 만큼 상상을 초월하는 주제로 가득하다.
하지만 한인학부모 대다수는 자녀들이 흡연을 한다는 사실을 모를 뿐 아니라 누군가 알려줘도 전혀 인정하려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자녀에 대해 부모가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은 자녀의 성장과정에 무척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한인들은 무턱대고 자녀들을 믿는 습관이 유달리 타민족보다 강한 편이다.

믿고 싶지 않지만 이제는 마약을 복용하는 한인 초등학생들의 사례까지 들려오는 지경에 이르렀음에도 대부분의 한인학부모들은 마치 자신이나 자기 자녀와는 전혀 다른 세상의 일로 치부하기 일쑤다.
옛말에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라’고 했다. 자녀에 대한 무턱 댄 믿음보다는 “혹시 우리 아이도?”라는 간단한 물음 한 마디가 오히려 추후 더 큰 문제 발생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한인학부모들이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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