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학부모에게 바란다

2006-09-26 (화)
크게 작게
임미미(초,중,고등학교 한국어교사회 공동회장/Gahr 고등학교 교사)

여름방학을 손꼽아 기다리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시간이 벌써 훌쩍 지나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다시 가르치고 있다.
8월 중순 LA에서는 미 전역 공립, 사립 초중고등학교 한국어 교사들의 연수회가 있었다. 한국어와 한국문화, 역사, 한국인의 불멸의 정신을 우리 한인학생 뿐만 아니라 다른 인종과 민족 학생들에게 보다 효율적으로 전하기 위해서 배우고 또 배웠다.

모인 한국어 교사들 중에는 한국어를 미국학교에 자리잡게 하기 위해 눈물나는 어려움을 겪은 사람들이 많았다. 학생들을 빼앗긴다는 이유로 스패니시 등 다른 외국어 선생님들의 질투의 표적이 되어야 했고, 한국어를 폐쇄하고 중국어를 개설하려는 중국인 사회의 압력과 투쟁해야 했
고, 실험단계의 한국어반을 지키기 위해 매일 한시간 수업을 위해 매일 출근하는 교사도 있었다.
교사가 되기 위해 어려운 관문을 통과한 교사들은 굳이 한국어가 아니라 수학이나 영어처럼 이미 준비된 자료가 있는 다른 과목을 가르쳐도 되지만 미국내에서 한국어를 확대시키겠다는 사명감으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며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게 힘이 되어주는 것은 바로 우리 학생들이 아닐까 한다. 한국어는 물론 자기 이름도 못 쓰던 우리 2세 학생들이 한국어로 편지 쓰고, 한국문화와 예술을 배우며 가슴 뿌듯해할 때, 한국 이민 역사와 인물들을 배우며 안타까움과 자부심
을 느낄 때, 그리고 노랑머리, 파란 눈, 까만 피부 학생들이 한국노래를 부를 때 우리는 그 어려움을 기쁨으로 돌릴 수 있었다.
학부모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학교에 한국어 교사가 있으면 따뜻하게 한번 안아주라는 것이다. 수고한다고. 그리고 함께 이끌어가는 한국어반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바란다. 한국어반에 있는 자녀들을 많이 격려해 주고 ‘잘 한다’ 칭찬도 많이 해 달라. 미국학교에서 타민족
아이들과 우리의 역사, 우리 말, 우리의 문화를 배우면서 가슴 벅참을 느끼기도 하고 한국인의 끈끈한 정도 나누고 있다.

한국어가 더 많이, 빨리 미국 정규학교에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학교에 좋은 말씀, 건설적인 건의만 해 달라. 교실 안에서는 우리가 책임질 것이다. 가슴 아픈 일이지만 한인학생들과 한국어 교사를 부당하게 험담하고 다니는 부모들을 간혹 본다. 주말에는 한국학교에 보내면서 정규 학교
한국어반에 있는 학생들을 비하하지는 말아달라. 모순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 한국어반이 있는가? 없다면 우리 지금부터 시작했으면 한다. 제일 빨리 한국의 좋은 것들을 알리는 길은 미국사회에서, 정규학교에서 한국어반을 다른 외국어와 동등하게 가르치는 일이다. 왜 우리는 스스로 우리의 좋은 언어와 많은 것들을 정규학교에 요구하
는데 주저하고 있는가?
혹시 우리끼리만 한민족의 긍지를 부르짖으면서 밖에선 작은 목소리 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꾸준히 견고하게 한국어를 모든 학생들에게 알리기 위해서 아버지, 어머니께서 그 시작의 줄을 잡아주시기 바란다.

한국어반 개설을 위해 수고하는 분들 중에는 한국어진흥재단과 교사들이 있다. 우리 미국 학교 실정에 맞는 교과서 만드는 작업에서부터 교사 연수회, 중고등학교 교장단과 한국어반 장학생 한국 연수 등에 이르기까지 한국과 한국어를 알리기 위해, 한국어반 개설을 위해, 그리고 한국어 교사들을 위해 뛰고있는 한국어진흥재단이 있어 큰 힘이 된다. 그리고 각 지역에는 서로 연구하고 이끌어주는 초,중,고등학교 한국어 교사회가 있다.

학부모에게 부탁드린다. 한국어가 미국사회와 학교에 깊은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한국어도 우리가 낸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립학교와 비싼 학비를 지급하는 사립학교에서 당당하게 배울 수 있다는 것을 우리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도록 도와주기를 부탁 드린다.
힘을 모으면 정규학교에 한국어반 개설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디에 살고 있든지 한국어진흥재단에 연락하면 우리 한국어 교사회도 열심히 도울 것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