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인 노인 복지문제

2006-09-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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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복(사랑의터키 한미재단 회장)

1970년대 이민문호 개방으로 대거 도미한 한인들이 모두 노인이 되었다. 이들은 당시 유학생, 무역, 취업 등 여러가지 목적으로 아메리칸 드림을 갖고 이 땅에 왔다. 이들 중 상당수가 성공한 것처럼 비쳐지고 있지만 사업 실패, 과소한 퇴직금 불입 등으로 자녀를 교육시킨 것 이외에
본인들의 여생에 염려없이 살 수 있는 경제적 여력은 매우 약함을 볼 수 있다.

지난 빌 클린턴 대통령 시대까지만 하여도 비록 이민서류 미비자라도 자녀가 이곳에서 공립학교 입학하기가 쉬웠는데 9.11 이후부터 모든 양상이 달라졌다. 소위 불법체류자라 하여 혜택을 제대로 못 받으며 지내온 동포들이 많았다. 요즘은 각종 신분증, 특히 운전면허, 소셜시큐리티
번호 등을 요구하니 취업이 매우 힘든 상태이다.일부 동포들은 대기업에 속할 정도로 사업을 키운 이들도 있지만 다수가 팝 앤드 맘(구멍가게) 형태로 영업을 해왔던 것이다. SSI, 푸드스탬프 등으로 저소득층에 주어지던 것들이 점점 축소됨으로써 한인들이 경영하는 여러 업소들이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몇년 전만 해도 한인들이 독점하던 과일, 생선, 세탁, 네일살롱, 식당업등이 타민족과 과잉경쟁으로 인해 각종 사업비용을 못 내는 것이 현실이다. 겨우 마련한 한 칸의 집이지만 사업비, 자녀교육비 충당을 위해 은행에서 재융자함으로서 사업과 집까지 날리는 예도 많고 끝내는 파산
선고를 하는 집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민 30~40년을 보내고 아메리칸 드림이 허탈한 지경에 처하는 예들을 볼 수 있다. 이들은 모두 일에서 손을 놓고 어린 손자녀 보기, 동료끼리 친목, 같이 여행가기 등으로 소일하는 예가 많다. 뉴욕, 뉴저지에만도 여러 노인단체가 있으며 그들의 운영은 대부분 회비, 후원금 등으로
충당되고 있다. 뜻있는 독지단체나 독지가들의 성금은 그야말로 대단히 유익한 것이다. 시에서 후원하는 무료 점심 혹은 실비 제공에 많은 노인들이 줄을 서서 한 끼의 요기를 떼우곤 한다. 얼마 전에 노인들을 위한 플러싱의 빈 공간에서 농사 수확한 채소 판매는 눈쌀을 찌푸리게 만
드는 일이기도 하다. 다소의 용돈을 얻으려고 오락, 여가를 선용한다는 취지 하에 시에서 무상 대여한 공간에 갖가지 종류의 채소를 재배하여 그 수확물을 갖다 판 것으로 발각되어 시에서 지적을 받고 트랙터로 밀리는 망신을 당했던 것이다.

이는 공원국이 명한 취지에서 벗어난 소치이다. 이로 인해 정말 부수입을 올리는 노인들이 많다는 것이다. 본인 뿐만 아니라 자녀까지 실직되니 무슨 일이든 돈 생기는 일에 동참한 것이 화를 초래했다.미국의 경제와 경기가 점점 나아진다는 정부의 통계와는 다르게 소수민족과 소매업자들은 매우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여기에는 여러 실력있는 대 회사나 교회들의 도덕적 책임이 있다고 본다.

멀리 아프리카 선교도 중하지만 우리들의 아버지나 어머니가 갈 곳이 없고 겨우 점심 한끼 요기 조차 힘들다는 것을 과연 남의 일로 보아야 할 것인가.명절을 전후해 제공하는 반짝 선심 보다는 지속적으로 수익금의 일부를 사회환원 차원에서 배당 지출하는 것이 효율적이 될 수 있다. 양로원, 노인장에 들어가기가 바늘구멍 보다 더 좁은 현실이다. 이곳에 설령 입소한다 하여 여러 타민족 사이에서 언어문화의 차이로 한인노인들은
모두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

케네디 전 대통령이 무엇을 바라기 보다 국가와 정부를 위해서 공헌하는 것이 곧 국가를 돕는 것이라 한 것처럼 우리 동포끼리 외로운 노인들의 복지향상에 모두 관심을 갖고 보살피는 것이 마땅한 일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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