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치는 아무나 하나

2006-09-2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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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준재(내과전문의)

지난 9월 12일 예비선거가 끝났다. 오는 11월 7일의 본선 출마할 각 정당의 후보 선출이었다.뉴욕의 한인사회는 플러싱의 민주당 제22지구 선거에 관심을 쏟아부었다. 우리의 대표주자(走者) 테렌스가 출마했기 때문이다. 결과나 그 이전의 과정은 언론을 통해서, 그리고 선거관련 단체에서 수시로 의견 제시를 해왔기 때문에 중복을 피하고 싶다.

지난 10년 동안 정당정치에 몸담아 오고 한인출신 정치인 탄생이라는 명제를 짊어졌던 테렌스의 정치 은퇴 기사를 읽으며 누군가의 말마따나 ‘참 안됐다’는 동정(sympathy)이 담긴 말 만큼 적당한 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예비선거가 끝나자 분석 기사가 또 따르고 있었다. ‘우리’는 왜 패했는가에서부터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까지 실린 기사들을 모두 읽었다. 그러다 보니 말의 전개가 표졀 시비에 걸릴 정도로 같은 우(愚)를 범하지나 않을까 망설이기도 한다.


이것은 선거 전문가나 정치인도 아닌 일개 시골 의사의 개인적 선거 관람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로 주의 환기시키며 글을 이어가고 있다.
1. 한인사회는 왜 정치에만 매달리는가?
언제부터인가 한인사회의 언론이나 단체는 한인들의 정치 참여 및 정치력 신장 운동에 한인사회의 여론을 몰아가고 있었다. 그것은 한인 미주이민 100주년 기념으로 2004년에 발간된 ‘미주한인-과거,현재 그리고 미래’의 서문에서도 뚜렷히 밝히고 있다.

시민권 획득에서부터 투표 참여, 그리고 나아가 이왕이면 ‘우리’ 한인을 선출직인 정치인을 배출해내 보자는 욕망의 표출이다. 당연한 말인지라 시시비비를 할 의사는 하나도 없다.‘그러나’하는 의문 부호가 따르는 점을 나름으로 개진하고 싶을 뿐이다.

2. ‘우리’의 현실을 직시하고 있는가?
미국땅에 어느 민족이 최초로 정착했고 그 이전에 ‘아메리칸 인디언’이 어디서 흘러와서 미국땅에 살고 있었는지까지 소급하면 너무 복잡해진다. 우리가 알고 있는 1776년 독립선언서 발표 후 11년이 지난 1787년의 미국헌법 제정으로 오늘의 미 공화국(Federal Republic)이 탄생된 것으로 되어 있다. 219년 전이다.

우리의 미주 이민 역사는 1903년 102명의 하와이 이주 역사에서 시작되었다가 1965년 개정이민법에 의해서 오늘의 한인역사가 시작된 것을 보면 길게는 103년, 짧게는 41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이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인구 3억의 미국의 인구 중에 차지하는 비율이 0.3% 정도인 소수민족
중의 소수민족이라는 점과 거기에 따르는 경제력도 미국 GNP 12조달러에 0.3% 정도 된다는 엄연한 현실이다.

한편으로 우리가 모든 분야에서 모델 케이스로 보는 유대인들의 미주 정착 역사나 경제력에서 따라갈 수가 없고 경쟁 상대로 보는 중국계만 하더라도 역사나 주민 수에서 뒤지고 있는 것은 우리도 알고 있다. 그들은 미국 건국에 목숨을 바쳤다는 자긍심도 갖고 있다고 믿는다. 이것은
타민족과 비교하며 한인 비하 목적이 아니다. 우리의 현실을 냉철히 한번 보자는 말에 지나지 않는다.

3. 말뚝만 박으면 한인 대표인가?
한국 정치에서 보아왔던 현상을 들먹거리는 것이 뭐하지만 그런 경향이 없다고는 부정 못하는 우리 처지다. 한인정치인 배출 열망의 뒤에 숨어있는 자조(自嘲)적 푸념이 섞여 있다. 호남에서 영남에서 이뤄지고 있던 선거풍조의 빗댐이다.선거는 전쟁에서와 마찬가지로 일단 출정하면 이겨야 한다. 2등이란 패배를 뜻하기 때문이다.

4.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미국 정착 역사에서나 인구 숫자에서나 거기서 따르는 경제적 열악상황은 선거에서 가장 긴요한 제반조건의 열악상태에 있는 것이 한인사회다.
‘우리’는 기다리는 자세를 고취해야 한다. 여론몰이를 좀 늦추자는 말이다. ‘우리’에서 ‘개인’으로 방향을 전환하면 ‘우리’로의 궁극적 목적을 잊지 말자는 말이기도 하다. 각 분야에서 우뚝 서는 전문인에 관심을 두어 보자. 정계, 재계, 학술, 문화분야 등에 많은 한인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지역 봉사를 통해서 ‘우리 한인’만이 아니라 ‘다 함께’ 미국을 위한 활동에 관심과 점수를 더 주어 보자.

새가 울지 않으면 울게 만드는 용기도 좋지만 울지 않으면 울 때까지 기다려보는 태도가 덕(德)일 수도 있다는 말을 되새겨 보자면 기다릴 시간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는 헛소리 좀 한 듯하다.그러나 정치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 만큼은 분명하다. 의사도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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