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뉴욕, 서울, 도쿄, 괌 찍고...

2006-09-2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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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희(뉴욕시 교육청 학부모 조정관)

나는 일을 하다보니 여행을 자주 못 가지만 기회가 되면, 어떤 때는 당일이라도 여행을 가곤 한다. ‘여행’하면 집을 떠나서 나의 안전지대인 매일의 행동반경을 벗어나 다른 모습들을 보며 느끼게 되고 생각하며 또 가까이 있으면서 생각 못했던 일들을 객관적으로도 볼 수 있고,
돌아오면 항상 그래도 내 집같이 편한 곳은 없다는 안도감과 감사함과 아늑함이 나를 에워싼다.

지난 여름, 올 봄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큰딸과 여행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있었다. 서울에 갔다가 도쿄에 갔다가 서울로 다시 돌아와서 며칠 휴식 후 서울에서 살고있는 동생들의 가족들과 괌에 갔다 왔다. 무리한 일정 때문에 갔다 와서 허리 좀 아팠지만 신나는 여행이었다.
일본 가서 첫 날은 일본어가 입안에서만 맴돌고 나오지 않다가 다음 날부터는 곧잘 할 수 있었다. 오랜만에 방문한 도쿄는 눈에 띄게 중국인들과 한국인들이 많이 보였다.


어디 가나 택시를 아주 수월하게 탈 수 있게 빈 차가 많은 것이 한국과 비슷했다. 거리와 백화점의 소매경기는 그리 호황같이 보이지 않아서 왜 고이즈미가 야스구니를 참배하는 쇼를 하면서 국민을 자극해야 되는지 조금 이해가 됐다.두시간 반을 긴자의 가부끼좌 극장 앞에서 줄 서서 산 표로, 한 막의 현대를 주제로 한 가부끼 공연을 봤다. 대부분이 여성 관객이고 다소는 외국인 관광객도 있고 영어로 헤드폰을 통해 동시통역이 돼 스토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다.

나리다 공항에는 선물을 미처 사지 못한 여행자를 위해 아주 저렴한 가격의 평범하고 무난한 청바지, 티셔츠, 벨트, 가방, 양말, 속옷, 운동복 등과 일본풍의 기념품, 일본과자들이 정갈하고 좋은 디자인으로 판매되고 있었다.괌에 도착하니 무슨 이유인지 한국 비행기는 새벽에 도착하고 새벽에 출발했따. 활주로 이용료가 저렴해서인지 아니면 근무시간 끝난 후 여행 떠나는 승객들을 배려한 것인지 궁금했다. 아주 청명하다가 갑자기 소나기가 온 후 다시 말짱하게 개였고 거리에는 주로 남미 계통의 성을 가진 정치인 후보들의 광고판이 눈에 자주 들어왔다.

한국인은 델리가게나 한국 관광객을 상대로 판매하는 기념품 스토어를 운영했다. 묵었던 호텔은 괌의 바다의 특성인 바다 깊이 들어가도 화산 폭발로 인한 천연 방파제가 있어서 한참 들어가도 허리까지 밖에 안 오는 수심이 깊지 않은 물에선 스노쿨링 하니 안성맞춤이었고 해변가에서 빌려주는, 산호에서 발을 보호하는 버선같은 신발이나 스노쿨링 도구 일습으로 물안경 너머로 보는 물고기와 해초 구경에 한 두시간이 후딱 갔다.

수영장에서는 투숙객을 위해 여러가지 게임들을 수영안전요원들이 리드했고 어린이들을 위해 풀장 가운데 설치한 둥근 인공 통나무 발 굴리기와 낮은 인공연못에서 보트 타기, 수중 농구 게임도 하루종일 열렸다.
카누를 할 수 있게 플라스틱 윈드서핑을 위한 구명조끼도 다 준비돼 있었다. 해변을 끼고 호텔 안에는 민속춤 공연을 하는 야외공연장 바로 앞에 위치한 노천식당에는 한꺼번에 대충 잡아 천명은 수용할 수 있는 것 같은데 부페로 저녁을 제공했다. 투숙객은 줄잡아 한국인, 일본인이 주를 이루었다.

언제든지 한국에 도착하면 아스라한 안정감과 엄마 품에 안기는 것같은 포근한 안도감이 있다. 많은 한국인들은 다들 해외여행에 익숙해져들 있고 다들 인물들도 좋고 키들도 커서 외국인과 섞여있으면 분간이 잘 안됐다.
한국 내에서는 신문지상으로 대하는 정치적 혼란과 노조의 파업은 피부로 느낄 수는 없고 전체적으로 모든 일이 신속하게 처리되고 외식문화가 발달돼서 가족끼리 각 나라 특유의 음식들도 즐기는 사람이 많았고 그 나라 사람들이 직접 요리하고 운영하는 곳도 많아 서울은 과연 국제도시의 면모를 갖춰가고 있고 남대문을 비롯한 사개 대문에서 아름답고 오색찬란한 한국 고유의 의상의 전통 형식의 수문장 교체식을 하여 좋은 역사공부와 관광객들에게도 좋은 눈요기가 됐다.

마침 서울역에 갈 기회가 생겼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성우회에서 주최하는 한미합동작전권 이양 반대 성토대회가 열렸다. 늠름한 예비역 장군들 및 많은 분들과 현역 때 입었던 제복으로 멋있게 입은 해병대와 반대하는 군중이 집회 3시간 전부터 자리를 잡고 진지하게 임했다.
여자라곤 혼자밖에 없었던 나는 사진 많이 찍고 일찍 자리를 떠서 동부이촌동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보니 젊은 사람들로 구성된 작전권 이양을 찬성하는 데모대들이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지나가고 있는 것을 보고 시위문화가 많이 성숙한 것을 느꼈다.많은 것을 생각하고 느끼게 하는 좋은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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