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0세기, 불멸의 교회

2006-06-0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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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혁명과 근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사람들 사이에는 낭만적인 낙관론이 팽배해 있었다. 인간의 힘과 능력만으로 이 땅위에 진정한 낙원을 건설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인본주의적 낙관론이었다. 그러나 20세기에 들어서 두 차례 세계대전을 거치며 이러한 낭만적인 환상은 산산 조각났다. 파괴주의적인 본능이 마음 한 구석에 자리잡고있는 인간들은 파라다이스를 스스로 개척할 능력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된 것이다.
20세기 최고의 부흥사 빌리 그레이엄 목사는 마지막 전도집회를 마친 후 “아마도 주님이 재림하실 날이 멀지 않았기 때문이겠지만, 이제는 세상이 복음을 받아들일 만큼 충분히 성숙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성숙해지기 위해서는 고통과 아픔이 동반되기 때문일까, 지난 한 세기 동안 인류는 셀 수없이 많은 아픔을 경험해 왔다.
20세기 동안 순교한 사람의 수는 지난 1,000년 동안 순교한 사람의 수를 능가했다. 인종 청소, 대학살 등 인륜을 저버린 끔찍한 만 행들이 반복되며 수천만명이 생매장을 당했다. 또한 기독교적 세계관에 정면 도전하는 진화론과 공산주의가 대두했다.
1925년 미국 테네시주에서 소위 ‘원숭이 재판’이 진행되었다. 이 사건은 당시 진화론을 학교에서 가르친 존 스콥스라는 교사에 대한 재판이었는데, 진화론을 지지하는 진보진영 시민자유연맹(ACLU)의 클로렌스 데로우 변호사와 창조론을 지지하는 국무장관 출신의 윌리암 브라이언이 양측의 변호를 맡게됨으로 진보와 보수 진영의 상징적인 대결이었다는 점에서 세기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재판 결과는 스콥스 교사에게 100달러의 벌금형 내리는 것으로 판결이 내려졌으나, 진화론을 지지하는 데로우 변호사가 브라이언의 과학적 무지와 창조론에 대한 맹신적인 부분을 교활하게 끄집어내면서 전반적인 분위기는 진화론 지지자들의 승리로 끝나게 됐다. 물론 이 재판의 여파로 진화론이 득세하면서 진화론이 더 이상 가설이 아닌 과학적인 진리라는 인식이 사람들 사이에 자리잡기 시작했다.
1917년 러시아 공산혁명은 1990년 소련 공화국이 해체되기까지 전 세계를 공산, 민주 진영으로 양분하는 이데올로기 냉전시대를 가져왔으며, 또한 기독교 신앙이 철저히 배격되고, 유물론적 무신론을 사람들에게 주입시켰다. 공산주의 최대의 폭군이자 기독교 신앙의 박해자였던 스탈린이 마르크스 사상에 심취되기 이전에 정교회 신학교의 신학생이었다는 사실은 아니러니라고 할 수 있다. 스탈린은 “신을 부추기는 것은 나약함의 증거이며, 말할 수 없는 타락이다. 또한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다”며 기독교 세력을 철저히 그리고 아주 잔인하게 말살시키는 정책을 집행했다.
지난 2000년 동안 인류 역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쳐온 기독교와 교회는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다가올 것인가?
20세기 신학자 칼 바르트는 교회의 장래를 다음과 같이 선언했다. “교회는 역사에서 옛것이 갑자기 새것으로 등장했다가, 또 새것이 갑자기 옛것으로 밀려나기도 했다. 영원한 것처럼 보이던 것이 사라져 버리기도 하고,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것이 계속 존재하기도 한다. 교회는 이런 방식으로 떠밀려왔고 풍랑과 바람에 시달렸지만, 자기의 위치를 떠난 적은 없다. 교회는 주님 오실 날까지 인간의 의지와 관계없이 그 본분을 다할 것이다”

/baekstephen@yahoo.com
백 승 환 목사
<예찬 출판기획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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