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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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성의 부동산 칼럼/ 주택감당능력(Housing Affordability)과 주택경기

2006-05-2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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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시장은 현재 커다란 전환기를 맞고 있습니다. 두자리 숫자이상의 가격상승을 나타내었던 주택시장은 2006년에 접어들면서 빠른 속도로 약화되는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4월 신규주택 건축의 경우 7.4%가 하락한 연평균 185만 건을 기록하면서 지난 2004년 11월 이후로 최저치를 기록하였고 향후 건축경기를 알 수 있는 건축허가건수(building permits) 역시 5.4%가 줄어든 연평균 198만 건을 기록하였다고 합니다. 이러한 신규주택 건축의 감소는 부동
산시장이 냉각되고 있다는 것을 건축업체들이 인식하기 시작한 것으로써 올해 말에는 주택건축이 전체 경제성장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대두되고 있습니다.
기존주택의 경우에도 가격상승은 현저히 둔화되고 있으며 매매물량 역시 10%이상 감소하였고 이에 따라 시장에 나오는 주택물량은 급등하고 있어 주택이 시장에 머무는 기간이 장기화되고 있습니다. 또한 이자율은 상승하고 소위 주택감당능력(affordability)은 저하되고 있습니다. 이러
한 모든 현상은 주택시장이 냉각되어지고 있음을 나타내 주고 있습니다. 마치 스스로의 무게에 못이겨 서서히 가라앉듯이 하강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주택시장이 급격하게 침체되어 가격폭락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이는 커다란 ‘유조선(Supertanker)’과 같은 주택시장의 속성 때문입니다. 즉 전속력을 내기 위해서는 매우 오랜 시간이 경과해야 하듯이 이를 역방향으로 돌려도 속도가 저하되기 위해서는 일정한 시간이 소요됩니다.
주택시장이 급격하게 침체되고 가격폭락이 생겨날 수 있는 상황은 대규모의 실업사태가 발생하는 경우인데 예를 들어 90년대 초반 방위산업전반에 걸쳐 대규모 감원사태가 발생하였던 캘리포니아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주택이란 생활의 중요한 보금자리이기 때문에 설령 주택매매가 현저하게 줄어들지라도 가격이 붕괴되는 현상은 좀처럼 발생하지 않을 것입니다.
주택시장을 현저하게 약화시키는 요인은‘주택가격’입니다. 만일 주택가격이 두배로 올랐다면 매월 내야하는 모기지 금액은 더욱 비싸지게 됩니다. 이는 대부분의 경우 주택구매가 실질적으로는 모기지를 사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이해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모기지 이자율이 9%에서 5%로 떨어지고 주택가격이 25%가 올랐다면 실질적으로는 주택이 싸졌다고 말할 수 있는데 왜냐하면 2,000달러를 가지고 더 크고 좋은 주택을 장만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30만 달러 모기지를 9%에 얻을 경우 월상환액 2,000달러로 24만9,000달러짜리 주택을 얻을 수 있는 반면 5% 이자율로 모기지를 얻을 경우에는 37만2,000달러짜리 모기지를 얻을 수 있게 됩니다. 그러나 만일 주택가격이 50%, 70%, 100%로 뛰어 오르면 월 2,000달러로 더이상 자신이 원하는 주택을 장만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황에 봉착하게 되면 사람들은 이자만 내도되는 Interest Only 모기지를 얻게 됩니다. 5%의 Interest Only 모기지
를 얻게 되면 48만 달러의 모기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주택가격이 상승되자 Interest Only 모기지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가격이 더욱 상승하면 크레딧카드처럼 미니멈상환만 하여도 되는 페이옵션과 같은 (이자가 원금으로 붙어 늘어나는) “네겜(Negative Amortization) 모기지와 같은 신종 모기지를 얻어 부족현상을 메우려 합니
다.

그러나 주택가격이 더욱 상승하는 경우에는 더이상 방도가 없게 됩니다. 모기지 원금도 내지 않고 이자도 내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내야할 것이 없게 되는 상황이 되며 더이상 주택융자가 가능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이러한 상황이 되면 주택가격으로 인하여 감당능력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와 함께 30년 고정 모기지의 이자율은 지난 4년 동안 가장 높은 수준으로 뛰어 오른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상승압력을 받고 있습니다. 이는 모기지 이자율과 같은 장기채권의 이자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4월중 도매물가의 경우 0.9%가 증가하여 지난해 9월 이후 최고의 속도로 늘어났으며 소매물가 역시 높은 에너지가격으로 인하여 0.6%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더욱 이자율의 상승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변동금리모기지의 경우에도 연방은행의 무려 16번의 지속적인 단기금리의 인상조치에 따라 급격하게 치솟은 상태입니다.

이러한 추세는 주택시장의 약화와 높아져만 가는 이자율로 인하여 일정한 수준의 경기둔화가 유발될 때까지 계속되어질 것입니다. 이러한 시점에 도달하게 되면 모기지 이자율은 보다 안정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과연 그 시점이 언제일지 그리고 이자율은 어느 정도의 수준에서 안정될 것인지는 여전히 불확실한 상태입니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것은 여전히 높은 주택가격과 이자율 상승에 따라 감당능력이란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였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주택융자의 여력 역시 바닥이 나버린 상태로써 주택시장은 점진적인 쇠퇴가 불가피하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있겠으나 대부분의 지역에 있어 가격상승의 다이내믹이 급격하게 쇠퇴하고 주택매매량 역시 점진적으로 줄어드는 반면 공급부분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게 되는 현상이 앞으로 보다 뚜렷하게 발생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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